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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 Oct 15. 2023

내가 반지하 살지, 인생이 지하냐

모든 걸 정리하고 내려온 시골에서 다시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로 들어가기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성인이 되고 독립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은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을 없애며 다시 본가로 들어간다면 부모님의 폭풍 잔소리에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할 것 같기에 본가로 들어가는 선택은 접게 되었다.


때마침 시골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건물은 2층짜리 건물이었지만 실상 건물을 눈으로 마주한다면

1층은 보이지도 않는 반지하 같은 공간이다. 햇빛은 당연히 들어오지 않고 창문마저 북향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런 1층 반지하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엔 나름 만족하기도 했다. 따로 거주할 곳을 구한다면 이동시간. 거주비용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장사하고 있는 건물 1층에서 거주하게 되니 다른 비용을 굉장히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출근시간도 1분도 걸리지 않으니 이만큼 출퇴근까지 편한 직업이 어딨겠는가 하며 직업 만족도까지 올라갔다.


건물이 지어진지 시간이 꽤나 지 낫기에 낡은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이것저것 조금만 손보면 거주하는데

다른 문제는 없겠지 하며 겨울과 봄을 보내게 되었다.



반지하의 시작은 여름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햇빛은 없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반지하는 매일이 엄청난 습도가 있었고, 제습기가 열심히 일을 해도

역부족이었다. 바닥 장판부터 원목가구들 심지어 옷과 침구류까지 모두 곰팡이들에게 점령당하기 시작했다.


빨래가 조금만 쌓여도 빨래통 안에 있는 옷들은 모두 곰팡이 투성이가 되었고 세탁을 하고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제습기를 하루종일 틀어도 냄새가 날 정도였다.


당시에 나의 인생 첫 반지하의 여름은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하루종일 있는 매장에서 퇴근 후 

퇴근시간도 없이 계단만 내려가면 나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그것도 곰팡이와 습기 가득한 나의 보금자리


반지하라는 말이 왜 이렇게 슬픈 느낌을 주는지 직접 경험해 보니 제대로 알아버렸다.

열심히 관리를 해보고 개선해보려고 해도 환경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내 삶도 같이 우울해지고

어쩌면 곰팡이 가득한 삶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당시에 거주하던 1층 반지하를 곰팡이하우스라고 부른다.

그곳에서 살던 반년정도의 시간이 헛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지하라는 장소에 살아서

햇빛과 환기라는 것의 당연함이 아닌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당신의 삶에 매일 적당한 햇빛과 환기를 선사해 주기를

우리의 삶에 곰팡이하우스는 더 이상 없기를, 우리의 삶은 지하가 아니기에


그러니 앞으로 마음속 창문을 더 활짝 열어보자, 우린 햇빛 가득 들어오는 남향에 창문을 둘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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