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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파파 Feb 07. 2021

치열하게 생각하고, 신속하게 쓰며, 신랄하게 고치기

글쓰기 3단계 기법의 단상

"치열하게 생각하고, 신속하게 쓰고, 신랄하게 고쳐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저자가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서 내놓은 글쓰기 3단계다. 이 문장을 접하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꾸밈의 부사와 행동대장 동사와의 아귀가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질까. 글쓰기에 관한 한 이 세 가지는 '불문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 반대로 글을 쓰고 있다. 나사가 하나 둘은 풀린 듯 느슨하게 생각하고, 머리를 끙끙 싸매면서 쓰고, 덤성덤성 고친다.    


한 편의 글이 탄생되기까지 그 과정은 지난하다. 이런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기획에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기획과 구성에 혼비백산되어 쓰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그리고 처음 의도와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다수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건져 올릴 때가 있다. 글을 쓰는 묘미기도 하지만 늘 이런 방식이라면 피곤하다못해 글쓰기 재미가 반감된다. 신속하게 쓴다는 것도 '일필휘지'의 신공을 탑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실상은 이 문장 저 문장을 바쁘게 오르내리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백스페이스(Backspace)와 딜레트(Delete) 키는 쓰기의 조력자로 필요충분조건이 아닐 수 없다. 신랄하게 고친다는 퇴고는 인내를 요한다. 빨리 완결하고픈 욕심에 퇴고는 사실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이다. 계속 수정한다고 졸작이 수작으로 둔갑되지 않는다는 자리 합리화도 퇴고를 등한시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글 한편 기왕 머리 굴리며 손품과 발품 들여 쓰는데 제대로 쓰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세 가지(치열, 신속, 신랄)에 대해 보다 깊은 의미를 덧대고 싶다. 치열한 생각이 무엇인지, 신속하게 쓰기란 또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신랄하게 고치기는 무슨 말인지 말이다.




먼저 치열하게 생각하기다. 치열한 생각은 번뇌와 고민을 전제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감안한다는 뜻이다. 얼개를 대충 짜지 않는다. 죽기 살기로 생각하다 보면 이야기의 지도가 그려진다. 안갯속에서 더듬거리며 길을 찾기보다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거침없이 걷는다. 기획이 완료되면 주저하지 않고 곧장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이러한 치열한 생각은 결국 좋은 글을 잉태할 수밖에 없는 설계도가 된다. 예컨대, 마인드맵을 통해 생각의 골격을 구조화할 수 있다. 나는 워크플로위(Workflowy)를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치열한 생각 주머니를 견고하게 담기 위해 생각의 툴부터 실질적으로 적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은 신속하게 쓰기다. 한달음에 쓴다는 건데, 사실 탄탄한 기획만 받쳐주면 누구나 재빠르게 쓸 수 있다. '신속'이 주는 상징은 글의 결이 통일성을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곁가지로 빠지지 않기 위해 빠른 스피드로 키보드 워리어가 된다. 문장과 단어의 엉성한 조합은 있어도 무시한다. 신속하게 쓰다 보면 무아지경이 되곤 한다. 몰입과 집중의 강도가 세다. 나는 아침마다 의식의 흐름대로 성찰일기를 쓰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신속하게 쓰기가 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있다.  


마지막은 신랄하게 고치기다. 신속하게 쓴 글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선 '꼼꼼함'이 필요하다. 놓친 것은 없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과한 것은 없는지,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치밀하게 다듬는 작업이다. '신랄'이란 말은 가차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아깝다고 여기는 문장이나 단어도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마치 읍참마속의 비통한 심정으로 벨 때는 과감하게 텍스트를 휘둘러야 한다. 이 단계에서 글은 새롭게 태어난다. 감춰진 넝마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기도 하고, 군살을 덜다 보니 매끈한 맵시를 자랑하기도 한다. 욕심을 내려놓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단계다.  




다만 이 세 단계를 글쓰기 정석으로 삼되, 글의 종류에 따라 그 포맷을 달리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른바 때로는 편안하게 생각하며 느리게 쓰기도 하고, 무디게 고치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치열'과 '신속'과 '신랄'이란 말의 무게에 너무 경도될 필요는 없다. 글이란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종류가 포진돼 있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적어도 내겐 이 세 가지가 기똥차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이라면 이 말의 당위를 알 것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은 있겠지만, 개성과 별개로 기본은 언제나 전체를 아우르는 뼈대가 된다. 이 세가지는 유통기한 없는 글쓰기의 강력한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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