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험제이 Mar 23. 2019

100가지 꿈에 도전한
가슴 뛰는 청년의 이야기

에피소드 16. 함께 흘린 눈물로 나아가다


군 생활에서 했던 행군이 나에게 이렇게 도움이 됐을 줄은 생각도 못 했고

어느새 나는 기적처럼 한사람 한사람 앞서가기 시작했다.


하루에 2, 3알만 먹으라고 했는데 통증이 있을 때마다 약을 먹다 보니 2시간에 한 알씩 진통제를 먹었다.

그렇게 75km을 달렸고 마지막 5km 남아있을 때였다.

갑자기 땅이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곤 눈앞에 마지막 CP(휴식처)가 보이는 순간

잠깐 눈을 깜박이고 떠보니 쓰러져있었다. 분명 CP를 보며 뛰었는데 언제 쓰러졌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몸을 일으키니 눈앞에 보랏빛이 보이면서 구토할 것 같이 머리가 어지러웠다. 

50도에 육박하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나의 얼굴은 그을려서 있었고 마른 입술은 가라져 피가 흘렀다.

그 순간 오른쪽 발이 따가워서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었는데 발톱 4개가 빠져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놀래거나 고통스러워할 힘도 없었다. 그냥 어떻게든  리 완주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일단 일어나려고 하니 왼쪽 무릎이 붕대 사이에 살이 나올 만큼 부어있었다.

일어 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일어나기도 무서웠다.

이대로 끝인가 하는 생각에 마지막 고지를 눈앞에 두고 주저앉아 있는데 멀리서 내 모습을 지켜본 스태프들이 달려왔다.


스태프는 눈이 반쯤 풀린 나의 몰골과 발톱 빠진 발, 그리고 부어오를 때도 부어오른 왼쪽 무릎을 보면서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함께 밥 먹고 장난치며 놀았던 스태프들이었고 우리가 어떻게 달려왔는지 지금까지 다 봐왔기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 표정에서 보였다.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차마 힘내라는 말도 못 하고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일어설 수는 없고 순간 눈물이 나는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때 한 스태프가 내 머리 위에 나의 눈물을 가려주듯 물을 뿌려주는데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리고 고맙다고 스태프들을 쳐다보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져있었고 나를 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쯤에서 포기할까 그 짧은 시간에 수 백 번을 했지만 그동안 나를 챙겨주던 스태프들이 함께 눈물 흘려주는 모습을 보며 내가 다음날 다리가 부러지더라도 남은 5KM를 완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비상용 진통제 3알이 주머니 속에 더 있었고 남은 5km를 위해 3알을 한 번에 삼키고 기적적으로 스태프들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쩔뚝쩔뚝 왼쪽 무릎을 질질 끌며 뛰는데 한 발짝 내딛는데 수백 개의 바늘이 발톱을 찌르는 것 같았다. 왼쪽 무릎은 더 이상 땅을 딛기 힘들어서 질질 쓸고 갔고 빠진 발톱에 계속 신발 가축이 쓸리는 미칠 것 같은 통증에 더 이상 못 갈 것 같아서 멈추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차 타고 포기할까, 이 정도는 내 몸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 순간 내 뒤에서 스태프들이 있는 힘껏 외쳤다. 

Jay 파이팅이라고 Don't give up, never stop, Jay go 눈물을 흘리며 목청껏 외쳐주었다.

나는 무슨 일 있어도 완주해야 했다. 스태프가 있는 곳으로 뒤돌아보면 내가 펑펑 울면서 마음이 약해질까 봐 일부로 못 들은척하며 다시 나아갔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한 발씩 나아갔다. 


그렇게 2km 마지막 남았을 때 눈앞에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제 정말 다 왔구나, 끝이다 하고 기뻐서 달려가보니 사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지 해서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고 바위였다.

진통제를 많이 먹고 45도가 넘는 곳에서 그렇게 뛰었으니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정신 차려야지, 이러다 내가 정말 위험하겠다 생각하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뛰니 앞에 사람들이 또 보였다.


드디어 완주했구나! 기쁜 마음으로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데 가보니 또 사람이 아니였다.

머리로는 분명히 바위인데 왜 눈으로는 계속 사람 형상을 하고 있었다.

문득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이제 2km도 안 남았다는 것을 알았고 스태프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에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다행히 저 멀리서 보이던 2016 고비사막 피니시 라인은 환각이 아니었고

그렇게 드디어 250km 고비사막을 완주할 수 있었다.


대회 매니저가 저한테 다가오더니 전날에 부상으로 45km 구간을 꼴등했는데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이냐며 놀라워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너 19등으로 들어왔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말합니다.

아! 내가 비록 꼴등으로 절룩거리며 출발했지만 남들보다 덜 쉬고 폭염도 견디며 달리니 어느새 한 명 한 명 따라잡아 19등이라는 결과를 냈구나. 나와의 죽을듯한 한계를 내가 이겨냈구나!


그렇게 나는 전날 밤 107명의 세계권 선수들 중에 107등을 하고 포기하려던 사람에서

다음날 107명 19등으로 최종 완주할 수 있었다.


만약 나에게 함께 울어주는 스태프가 없었다면 나는 절대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함께 눈물을 흘려줄, 나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기에

나는 앞으로 어떠한 역경이 닥쳐와도 이겨 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100가지 꿈에 도전한 가슴 뛰는 청년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