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을 처연함이라고 불렀다

by 석지호

정신병원에 앉아 있었다. 서류 몇 가지를 제출하고 동의서 언저리에 서명을 했다. 몇 가지 검진을 하러 방으로 들어가는 당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병원 곳곳에서는 매운 소독약 냄새 대신 독특한 향이 났다. 처음 맡아본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떠올려보니 익숙한 느낌이었다. 당신 집에 들어서면 나는 냄새였다. 나는 그것을 처연함이라고 불렀다. 그 냄새를 계속 맡고 있으면 누구나 정신이 나가리라고 생각했다. 내겐 아홉 시 반에서 열여덟 시 반 정도 까지. 한 달에 아홉 시간 정도가 한계였다.


마음이 갑갑해져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명은 심각한 얼굴로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고 몇 명은 초점이 풀려 어딘가에 앉혀져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피하기 위해 화장실로 몸을 피했다. 손을 씻고 나오는데 처음 보는 누군가가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어색하게 인사를 받자 과자 한 통을 주고 다시 배꼽인사를 하곤 대기실로 뛰어갔다. 대기실 한편 의자 세 개엔 사람 세 명이 앉아 있었고 그중 가운데에 인사의 주인이 있었다. 어미는 머리를 땋아주고 아비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있었다. 과자를 돌려주려 하니 세 명 다 손을 내저었고 그래서 그저 고맙다고 했다.


몇 분 지나자 직원이 서류를 받아갔고 다시 몇 분 지나자 간호사들이 양갈래 땋은 머리의 그녀를 데려갔다. 동물원에 다녀온다며 활짝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어미와 아비와 아무 연고 없는 나는 잘 다녀오라는 말을 했다. 아무래도 동물원은 없는 것 같았고 어미는 통장 잔고를 걱정했고 아비는 내게 담배를 피우냐 물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문득 받은 과자가 어릴 적 먹던 웨하스라는 것을 깨달았다. 웨하스의 그 촌스러운 폰트를 보고 있으며 사는 것이 어지럽다고 느꼈다.


원무과에서 당신의 보호자를 찾았고 나는 웨하스를 들고 일어섰다. 설명을 듣고 다시 동의서 몇 군데에 서명을 했다. 나는 케케묵은 숙제를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몇 푼의 두려움과 몇 푼의 공포감을 느꼈다. 당신이 미쳐가는 것을 보는 것은 알 수 없는 구토감이 드는 일이었다.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헛구역질을 하며 몇 번의 자기 정당화를 했다. 나는 내가 인간의 범주에서 탈락한 것처럼 느껴졌다. 원무과에 웨하스를 올려두며 당신에게 전해 달라고 말했다. 병원을 나서며 나를 위로해줄 사람을 찾았다. 아무도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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