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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Nov 04. 2021

미국 인문학 박사 과정

다양성, 다양성, 다양성!!

인터넷에 박사 과정 후기를 찾아보면 보통 이공계열 후기가 많다. 인문학 후기를 듣고 싶어 찾아봤지만, 찾기가 어렵다. 이제 박사 과정 첫 학기, Human communication에서 3개월이 지난 지금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과 신선함을 글로 써본다. 


우선, 내가 연구하고자 한 Human communication 은 한국에서 교육과정이 없다. 한국에서 한 석사도 저널리즘 뉴미디어이다. 그나마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랑 맞는 부분은 아니다. 그래서 유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도 있다. 


PR (Public Relations) 광고 홍보 저널리즘, 영상 미디어 부분이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찾아보기 어려운 거 같다. 사실 이 휴먼 커뮤니케이션은 사회 과학에서 스피치 부분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설득 커뮤니케이션인데 우리가 흔히 사람 간의 대화에서 설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바로 그런 부분을 연구하기 시작했던 게 이 분야 연구의 탄생이다. 이것도 여기 와서 알게 됐다.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배울 때는 모든 연구는 통계 (SPSS)로 양적 연구 위주로 하는 줄 알았고, 질적 연구를 배울 기회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거의 질적 연구가 주를 이루고,  지금 이곳은 Critical/Cultural 이 핫템이다. 워낙 인종도 다양하고, 성 정체성도 다양하다 보니 활발히 논의되는 부분 중 하나인 거 같다. 여기 오니깐 알게 된 부분 중 가장 큰 점, 연구자의 관점에 대한 철학적 접근인데, 한국에서 배운  관점은 Postpositivist 실증 주의자로 한 관점으로만 보고 있었던 거였다. Interpretivism해석 주의, critical 비판주의, postmodern/poststructural 포스트모던/포스트구조주의처럼 이렇게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보고 연구하는데, 한국에서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 친구들이 넌 그럼 실증주의 자야? (보통 이론 배경+가설 설정+측정/검증으로 풀어내는 유일한 역삼각형 연역법 deductive approach) 하면, 

"그냥 실증 주의자밖에 없었어." NO OPTION!이었던 거였다.

그런데 와서 보니, 너무나 많은 옵션이 있었다. 이건 뭐 아이스크림이 딸기맛, 바닐라맛, 초코맛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심지어 바닐라맛만 보고 왔는데 여기오니 배스킨라빈스 31+EVEN MORE OPTIONS 같은 느낌?! 


처음에 왔을 때는 이 critical! 이 정말 문화충격이었다. 적잖이 웨스턴 문화에 열려있고 새로운 것에도 많이 충격을 받는 편은 아닌데, 정말 "liberal" 자유 그 자체이다. 처음 접한 부분은 "Communication is so White- Whiteness!" 그러니깐 여기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도 유럽 중심의 서구 중심의 이 학문 연구가 불편하다는 거다. 그동안 받아 들여온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학문의 연구 방법과 저널에 출고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예전에 유럽학자 중심의 사고라는 거다. 왜 영어를 쓰는 이 학자 중심의 학문 이어야 한다는 건데, 아직도 나는 다 이해는 못한 거 같다. 이곳 동기들한테도 제일 신선한 부분인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다들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백인이랑 상관없이 예전부터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서 정한 룰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Whiteness /라는 거다. 


우리는 아직도 미국식으로 공부하고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하고, 그렇게 따라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이곳에서는 이 주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아직은 소수의 움직임이지만 이러한 목소리가 너무 신선했고, 한국의 권위주의적인 대학 문화에서도 이러한 다양성이 꼭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문학은 굉장히 철학적인 접근도 많이 하는데, 학부를 경영을 나오고 10년 이상 일을 하다 보니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으로 살다 보니 이 부분도 새롭다. 하나하나 네이버에 쳐서 그들의 생각을 읽어보면서 진행하고, 열심히 읽어도 기억은 또 지나면 잊어버린다. 계속해서 언급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미셸 푸코도 그중 한 명이다. 여하튼 이런 철학적 접근이 연구의 뿌리로 여겨지는 거 같은데 실제 논문을 쓸 때 언급되진 않는다. 그래도 전체적인 연구를 할 때 가이드라인처럼 기본으로 여겨지는 거 같다. 예를 들어 Ontology (존재론), Epistemology (인식론), Anxiology (가치론)처럼 각 연구 접근마다 중요하게 생각되고 목적으로 두는 부분을 구별해두는 방법이다. 


배우면서 느낀 건 영어 원어민이던 아니던 박사과정 첫 학기 친구들에겐 모두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엄청난 리딩 과제로 다들 어려워한다는 거다. You are not alone, I am also struggling.

아, 나만 어려웠던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Liberal arts 답게 모르고 싫은 부분은 거침없이 솔직하게 얘기하는 다양성이 열린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 같다. '넌 틀렸어' 보다는 '다른 거'라는 관점. 한국에서 가장 듣고 싶은 부분이 아니었을까?


교수들도 여기서는 자신이 모르는 게 있으면 자신도 어려운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참 마음이 편하다. 우리다 사람이니깐. 당연한 건데, 왠지 그런 부분을 학생들한테 얘기하면 안 되고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되었던 틀이 권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Open vulnerability,  자신의 약한 부분을 오픈해서 얘기하고 그렇게 솔직히 얘기해준 부분에 대해서 이곳 사람들은 감사함을 표한다. Thank you for sharing and  creating the space to have the conversation.


여기서도 박사과정을 온 친구들은 목표의식이 있고 (미국 인구의 2%) 열심히 성실히 사는 친구 들이라는 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사고가 아니라 이 다양한 관점들과 목소리, 그리고 그런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귀가 있어서 그런지 경쟁하는 분위기로 느껴지진 않는다. 취업의 시기가 되면 한국과 똑같이 졸업 1년 전에 이력서도 내고 하겠지만, 지금은 아직 그런 부분이 느껴지진 않고 순수하고 다양한 면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경영학부 특성이랑 또 다른 인문학 특성, 이공계랑도 확실히 다를 거다. 지금은 이런 새로운 배움과 이런 다양성이 있는 이 문화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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