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가장 기뻤던 날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걷기 대회에 나갔다. 대회에 나간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걷는 걸 좋아하니까.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해서 하루에 만 보는 기본으로 걷는 나는 언젠가 걷기 대회에 꼭 나가고 싶었다. 마침 우연히 걷기대회 포스터를 발견해서 바로 신청했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자세히 알아보니 마침 대회 장소가 집에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대회라고 하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됐다. 빨리 대회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회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대회 날. 30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거의 다 40대 이상,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배번호를 붙이고 나니 내가 정말 대회에 참가했구나 실감이 났다. 대회 장소에는 체험 부스도 있어서 본격적으로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체험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체험을 하고 좀 쉬다 보니 걷기 대회 시작 시간이 다가왔다. 사회자의 말을 따라 다 같이 출발선에 섰다. 마라톤처럼 제한 시간이 있거나 기록을 재는 건 아니었지만 출발선에 서니 살짝 두근거렸다. 나는 가족이나 친구랑 같이 오지 않고 혼자 왔기 때문에 오롯이 혼자 5km를 걸어야 한다.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출발을 기다렸다. 완주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매일 만 보를 기본으로 걸으니 완주는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빨리 걸으려고 무리하는 것보다는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걷자고 마음 먹었다. 드디어 출발 신호가 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나의 목표는 한 가지였다. 중간에 쉬지 않는 것. 10월 말이었지만 완전히 봄 날씨였다. 날씨가 추울 줄 알고 선크림과 모자를 챙겨오지 않은 게 후회됐지만,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날씨는 더웠지만 걷는 것 자체가 좋았다. 걸으면서 꽃도 보고, 하늘도 보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느껴보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나는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딱히 힘들거나 지루하진 않았다.
2.5km가 반환점이다. 출발점에서 2.5km를 걷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서 총 5km를 걷는 코스이다. 반환점에 도착하면 손등에 도장을 찍어주는데 도장을 받으니 뿌듯하고 기뻤다. 반환점을 돌고 오면서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손에 찍힌 도장을 쳐다봤다. 완주하고 오면 메달과 기념품을 받는다. 나는 좋아서 집에 갈 때까지 메달을 목에 걸고 있었다. 누군가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완주하고 메달을 받아서 기뻤다. 걷기대회에 참여한 것 자체가 뿌듯하고 좋았다.
밖에 나와서 바깥 공기도 쐬고 예쁜 풍경도 보고 걷기도 하고 일석삼조였다. 나는 이번에 걷기 대회를 처음 나갔는데 그동안 진작 참여하지 않은 게 후회됐다. 운동 대회는 마라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앞으로 자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걷기 대회든 5번 이상 완주하는 것이 목표이다. 나는 혼자 참가했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참여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다음에도 걷기 대회가 있다면 무조건 참여하고 싶다. 걷는 게 너무 좋으니까. 오늘 걸어도 내일 또 걷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