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Oct 18. 2024

매일 100분, 읽고 씁니다.




나는 첫 책을 출간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인작가다. 그래서 아직은 스스로가 '작가'라는 걸 까먹을 때가 종종 있다. 평범한 근로자로 살다가 아는 지인에게 책 잘 읽었다는 연락이 오면 그제야 아차싶어 진다. 매일 아침마다 자연스럽게 기도하는 습관처럼 글로자의 삶을 일상 속 습관으로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매일 최소 100분, 글로자로 살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그러나 근로자와 글로자의 병행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일단, 시간확보를 위해 퇴근 후 가장 행복했던 휴식타임을 양보해야 했다. 대신 일주일을 잘 살면 토요일에 작더라도 보상을 주기로 했다. 귀하게 얻은 퇴근 후 100분을 글로자로 살게 되었다.


100분은 보통 독서 후 글쓰기로 이어졌다. 첫 책을 집필할 때 가장 크게 했던 실수가 바로 인풋 없이 아웃풋을 뽑아내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는 게을리한 채 쓰는 것만 집착하다 보니 몇 시간을 앉아있어도 한 글자도 못쓰는 날이 꽤 많았다. 이제는 그게 좋은 방법이 아님을 경험으로 깨달은 후 글쓰기 전에는 단 10분이라도 독서나 인풋 활동을 하려고 애쓴다. 


하루 중 2시간은 작은 비중일지라도 매일 글로자라는 걸 인지하기에 참 좋은 장치다. 그래서 가끔가다 누군가 사인을 부탁하거나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작가'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업 작가들보다 속도는 느리겠지만 성실한 글노동은 하고 있으니 부끄럽진 않은 작가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처음부터 모두에게 인정받는 건 불가능했다.



한 번은 지인들과 모임이 잡혔다. 어떤 주제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자리였다. 주말에 만나는 게 가장 베스트였으나 그러려면 약속이 많이 미뤄야 했다. 결국, 답답했던 한 지인이 겸사겸사 공휴일에 만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프리랜서인 나에게 공휴일은 따로 없었다. 약속에 나가려면 나와의 약속을 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의 결정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난 고민했다. 하루쯤은 나와의 약속을 어겨도 괜찮지 않나?라는 마음과 주말에도 충분히 만날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만나야 하나?라는 마음이 싸우기 시작했다. 긴 고민 끝에 결국 난 거절 의사를 밝혔다. 


"밥 한 끼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렇게 바빠?"라는 질문에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해"라고 답하지는 못했다. 다른 변명을 대면서 토요일로 시간을 늦췄다. 지인은 조금 서운함을 내비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루쯤은 괜찮잖아?'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와 해왔던 약속을 너무도 터무니없이 지키지 않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내가 오랫동안 꿈으로부터 멀어졌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우리는 보통 나와의 약속은 안 지켜도 상관없다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꿈은 자신과의 약속만이 지켜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과의 약속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면 자신의 꿈은 결국 또다시 뒷전이 되고 말 것이다. 


난 꿈을 지키기 위해 나와의 약속에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주변사람들에게 만나자는 연락과 그 외에 쉬고 싶다는 유혹이 있었지만 나와의 약속이 1순위라는 생각으로 버텨내자 어느 순간부터 그 시간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난 오늘도 꿈을 위해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고 있다. 


이전 01화 저는 글로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