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치열한 사람이었다.
치열하고 독하게 살아야지만 아무것도 아닌 내 삶이 뭐라도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늘 텅 빈 내 삶에 불안도가 높아질 때면 나를 더욱 채찍질하며 단 한순간도 의미 없다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첫 작품을 쓸 때도 치열하게 썼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남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글을 끄적거리면 나는 매일 4-5시간씩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글이 안 나오면 맛있는 밥과 잠도 거른 채 밤을 새워서 써내는 날도 많았다. 굳이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지만 글이 잘 써졌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인스타에 끊임없이 뜨는 동기부여 영상만 보더라도 치열해야만 살아남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첫 작품을 쓰고 꼼작 없이 두 달 정도를 제대로 정신을 못 차렸다. 후폭풍이 몰아친 것이다. 그래서 글도 못쓰고 몸을 회복하는데만 시간을 써야 했다. 결국, 치열한 것과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좀 다르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되었다. 난 두 달 치 체력을 미리 끌어다가 최선을 넘어서 과하게 오버페이스로 나를 끌고 갔던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기껏 채워두었던 자존감이 두 달 동안 빠르게 깎여나갔다. 치열한 게 답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방식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하루 적정선을 정해두고 최선을 다하는 치열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
소소한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 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유행어도 나오기도 했었다. 다이어트를 할 때 항상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치팅데이를 만들기보다 작아도 확실한 행복을 매일 느낄 수 있게끔 초콜릿 하나 혹은 과자 조금씩 당일 보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는 '소확성'이 필요한 때였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위해서 만족의 기준을 좀 낮추기로 했다. 매일 멋진 글을 한 편 써내야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매일 100분이라도 읽고 쓰는 행위를 하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비로소 매일매일 성취감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글로자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복되는 하루가 쌓이면..
매일 돌아오는 보상과 성취는 똑같은 하루도 계속 반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오늘 대단한 일이 없었어도 만족하고 감사하다 보면 매일의 최소한의 기준선을 거뜬히 살아내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있다. 난 매일 글로자로 살기를 시작하고 나서 드디어 치열한 글쓰기로부터 벗어났다. 난 이제 고독하지 않아도 글이 써진다! 글쓰기는 이제 매일 밥 먹는 것과 같은 습관이 되었다. 물론, 컨디션에 따라 매일 똑같은 수준의 좋은 글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떤 감정과 상황에서도 글을 써내는 사람으로 살 고 있다.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다. 치열함은 불안과 초조함에서 나오는 과한 열정이니 접어두고 천천히 즐기면 가도 충분하다.
오늘 하루 내가 해내야 하는 일도 치열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조금 실수하고 못한 건 내일 잘 해내면 그만이다. 그저, 매일매일 내 삶에 보상과 성취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