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털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여섯이나 됐냐면요.

by 지혜인


캉겐이, 5살

부모님 비닐하우스 옆에 쫄쫄쫄 똘강이 흘러요.

거기서 떠내려오던 새끼 강아지를 친정아빠께서 구해오셨고, 여보씨가 키우고 싶어 해 집에 데리고 왔습니다.


처음에는 마당에서 키웠어요.

주택에 살았거든요.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실내로 들어왔죠.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고 뒹구는 건 참 다른 종류의 교감을 주더라구요.


대추, 4살

캉겐이를 데리고 해질녘 산책을 가던 어느 12월 23일,

한뼘만한 무엇이 퉁퉁 부르튼 탯줄까지 달린 채 흙 범벅이 되어 시골길에 죽어있었어요.


가엾다 묻어줘야지 집었는데 발가락을 까닥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생후 1일 된 강아지육아.


이 녀석이 벌써 4살이 넘었네요.

대추 퍼피들, 1살

친정에 가면 우리 강아지들과 놀다 다 저녁때 즤 집에 돌아가는 동네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대추랑 짝짓기를 해 대추는 캠핑카에서 새끼 넷을 낳았어요.


중성화를 고심하는 편이라 수컷인 캉겐이는 해주었지만 암컷은 자궁을 긁어낸다기에 대추는 하지 않았습니다. 중성화도 시키지 않았으면서 뭘 잘 알지도 못한 채 부주의한 우리의 잘못입니다.


그래도 세상에 나왔잖아요.

즐거운 일생을 보내길 바라며 좋은 가정에 입양 보내기로 했는데 약속과 계획은 자꾸 어긋나 이젠 우리가 가족입니다^^


가임기간만 잘 격리시키면 딱히 중성화가 필요치 않을 것 같아 중성화는 여전히 고심하는 숙제입니다.


잠도 잘 자고,
햇볕도 잘 쬐고,
산책도 잘 하고.


이렇게 여섯이나 되었답니다.


제가 의도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살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동물도 강아지도 예뻐했기에

여보씨가 캉겐이를 원했을 때 동의했고,

대추를 데려와 살렸을 땐 참 기뻤습니다.


대추 새끼들이 태어나 자라는 걸 보며

자연과 우주까지 논하며 생명의 신비에 감탄했다니까요^^;;


시간을 돌리고 싶냐구요?

솔직히, 네.

그렇다면 대추를 더 조심시켰을 거예요.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걸요.

한탄만 하는건 어리석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가족이 되었으니,

강아지 여섯과 1.5평 캠핑카에 사는 게

가끔은 지지고 볶고 구질구질하더라도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오늘보다 내일많이

사랑 넘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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