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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싹을 틔워 이만큼 자라고

by 지혜인

2023년 5월

텃밭일기


땅을 만들고 4월 말에는 열심히 씨앗을 뿌렸습니다.


10일만에 옥수수가 올라왔어요.
먹고 남은 뿌리를 심은 상추는 몇몇이 살아났구요.
빨간 무 씨앗은 며칠새에 금방 올라왔습니다.
루꼴라는 모두 발아했는지 아주 초록초록하지요.


루꼴라를 솎아내 친정 텃밭으로 분양을 갑니다.
친정 엄마는 텃밭에서 조선파를 캐주셨답니다.
파 친구들 우리 밭에서도 잘 자라주오

조선파는 참 신기하더라구요.

위에서 꾸불꾸불 애기 파가 올라오는데

6월쯤 되면 바로 밑으로 뿌리가 내려온대요.


그걸 잘 쪼개서 밭에 나눠 심으면

다시 조선파가 자라난다고!


오오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루꼴라는 무럭무럭 자라 거의 매일 수확하고 있습니다.
샐러드도 만들고 떡볶이에도 올려 먹죠.


그리곤 한 일주일간 밭을 떠나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할만한 밭일이 딱히 없거든요.

비가 연일 계속되던 어린이날 주말

오토캠핑장에서 며칠을 보내고


일주일만에 다시 밭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를 촉촉히 맞아 쑥쑥 더 자란 것 같아요.
옥수수는 손마디 두뼘이나 더 컸더라구요.

옥수수의 성장속도가 얼마나 빠르냐면요!

아침에 발견한 꺽인 옥수수잎이 오후엔 이만큼이나 자랐더라니까요.

오오 땅 물 바람 공기 태양

신비로운 자연 에너지

너무 고마워!

이 씨앗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호주에 살 때 쟁여놨던

무려 10년도 넘은 씨앗인데

싹이 올라왔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어머머 자연 에너지 너는 정말!


참 옥수수 잎을 꺾은 범인이 누군지 궁금하실까요?

글쎄요. 용의자 강아지씨가 여섯이나 있어서^^;;
가끔은 불청객 산책손님이 성큼성큼 밟고 가실 때도 있어요.

죽을까 싶었는데

자연 에너지는 또 신비롭습니다.

찢어진 잎은 다음 날 더 곧게 자랐던걸요.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고되려던 밭일에 다시 재미가 붙습니다.

해질녘까지 대나무 틀밭 2호를 준비해서 씨앗을 뿌렸어요.

괜히 밭을 임대해서

올해는 캠핑카로 아무 데도 못 가고

밭에만 있겠다고 아쉬워했는데

아니 이게 이렇게 재밌는 일일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틀밭 2호에는 언제 싹이 올라올지

매일 아침 설레는 관찰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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