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이 아닌 코리아드림을 꿈꾸는 당신에게
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나왔을 때, 비로소 안심했다.
이제부터 한국말을 쓸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네 나라말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미국에 있었던 지난 한 달 동안 나를 정말이지 괴롭게 했던 일은 '외로움'이었다. 원래도 혼자 있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외로움 따위는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의 외로움은 전혀 다른 차원의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언어의 한계에서 오는 외로움과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데서 오는 소외감, 법과 규제로 막힌 과제 진행의 어려움, 자유의지가 결여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결과는 검진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미국에 다녀온 한 달 동안 종양의 크기가 어느새 1cm 더 커져있었다. 어떠한 연유에서 종양이 커졌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면역이 떨어졌고 잇몸병과 함께 종양이 커짐에 따라 활동에 불편감도 크게 느껴졌다. 얻은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렇다면 네가 미국 한 달 살기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코리안 드림'이었다. 한국을 찾은 이주노동자들 또한 코리아드림을 꿈꾸지만 나 역시도 꿈꾸고 있다. 한국인조차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유는 나 또한 청년이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은 명확한 정의는 없다. 일부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보는데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 K-POP 등 한류 문화에만 치중되어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한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 이보다는 보다 살기 좋은 나라로서 한국이 소개되었으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청년으로서 지금 시대의 한국을 사는 건 막막하기만 하다. 한국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청년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가 경쟁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기후위기, 취업, 저출산 등의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보다도 한국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 꿈은 각자가 원하는 일을 통해 경제적 독립성을 얻는 것이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수님께서 던진 화두가 아직도 생생하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무엇이 중요할까
이것은 아직도 답을 내리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통한 성공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것이 코리안 드림이 가지는 한계인 것 같다. 미국에 있는 동안 동기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언니는 간호사가 꿈이야?"
나는 간호사가 꿈은 아니라고 답했다. 나의 진짜 꿈은 따로 있었다. 간호사는 꿈이 될 수 없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한낱 꿈에 맡길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나의 꿈을 위해서는 간호사가 되는 것도 중요했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다면 그것은 경제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코리안 드림은 분명하게 말하자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자국민조차도 힘든 현실 앞에서 잠시나마 한국에서 사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고 결국 해외 간호사를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꿈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굶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일전에 만난 트레이너의 말씀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중산층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이유인 즉, 내야 할 세금도 너무 많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빠듯하며 차라리 기초수급권자가 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의 이야기였는데, 지금 상황도 나아지긴 하였을까.
취업 시장은 마치 의자 앉기 게임 같다. 이것은 곧 자본주의의 한계이기도 하다.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 사람들을 무조건 해외 취업으로 장려해야만 하는 걸까. 이번 미국 연수를 통해서 느낀 단 한 가지는 한국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앉을 수 없는 의자 게임과 같은 국내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나에게 있어 답은 불편한 진실을 찾아 그 답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내릴 수 있는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결론이라 말하고 싶다.
이주민 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것 역시 자국민 또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러한 현실이 암담하다. 의자 앉기 게임에서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바로 그날이 '코리안 드림'을 이루는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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