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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inko Jul 06. 2021

언택트 시대 적극 활용하기

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언택트untact일 것이다. 순도 100% 영어 같이 생긴 이 단어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말로 영어로 가장 비슷한 표현은 contact-free이다. 처음 '언택트'라는 말을 번역해야 했을 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 서양옷을 입은 동양적인 untact라는 단어가 참 맘에 든다.

Touch라는 뜻의 라틴어 어원 tact는 'contact(연락, 닿음)', 'tactile(촉각의)' 같이 접촉과 관련된 단어에서 자주 보이는데 이 어원에 접촉을 무효화하는 접미사 un이 붙어 'NOT - TOUCH' 즉, '접촉 안함'이 되다니, 기발하고도 입에 착 붙는 신조어다. 언택트가 에티켓과 웰빙이라는 단어를 대체한 이 시대를 뼛속까지 집순이인 나는 물고기가 물 만난 듯 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임에도 덜컥 바다 코앞에 숙소를 잡고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차피 서울에서도 카페 아니면 집에서만 일하고 컴퓨터와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언택트 시대에 걸 맞는 직업이 또 있을까.

바닷가에서 유유자적하며 며칠간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푹 쉰 후 약간의 죄책감 + 오랜 쉼으로 인한 자극으로 이틀 간은 눈뜨자마자부터 자기 직전까지 컴퓨터 앞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원룸이지만 공간이 꽤 넉넉하고 풀옵션이라 구석에 이런 공간이 있어 소박한 작업 공간을 꾸며 놓았다. 보기엔 매우 비천해 보이나 있을 것 다 있는 세팅이다. 미디 키보드는 떠나오기 바로 전 날 갑자기 생각나서 부랴부랴 합정까지 가서 사왔는데 그러길 매우 잘했다. 큰 화면과 마우스도 없는데 키보드도 없었으면 능률이 반으로 뚝 떨어졌을 것이다. 덕분에 어젯밤엔 영상음악을 두 개나 마무리해서 전달했다.


오늘은 비대면 영어 수업이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이나 있어서 어제부터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하는 수업이라 변수가 있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아침, 점심 수업까지 원만히 마쳤다. 나와 언니 둘 다 동일한 시간에 아침 수업이 있어서 어떻게 공간을 분리해야 할지 역시 걱정이었는데 작은 테라스가 우릴 살렸다. 하지만 뜨거운 햇살 또는 부슬부슬 들이치는 빗방울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기분 좋을 정도로 흐린 날씨만 계속 되어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할 수 있었다.


새벽 다섯시 전부터 이미 이렇게 환하다. 이런 전망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다니.


여태까지는 일과 휴식, 사생활과 자연이 이상적으로 조화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 가지 주의하고 있는 부분은, 원래부터 비접촉 지향적인 나의 삶이 언택트 시대를 맞아 더욱 심각한 고립 상태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언니가 나와 정반대의 성향이기 때문에 내가 고독과 고립의 길로 걷지 않도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벌써 주말마다 손님들이 줄줄이 놀러오기로 확정되어 모든 주말이 꽉 들어찼다. 평일 내내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서울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고 즐거운 일주일이다. 언택트 일과 컨택트 삶이 합쳐졌다고나 할까!




어젯밤 문득 밤바다가 보고 싶어 잠시 마실을 다녀왔다. 모래사장 중간 중간 폭죽 터뜨리는 사람들, 돗자리 펴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발에 걸리는 미역과 발끝까지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고요한 쾌락을 느끼고 돌아왔다.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짧게 동영상을 찍어 친한 친구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보냈는데 한 명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무언가 엄청난 고민에 빠진듯했다.


 10 , ' 내일 갈게'라는 문자가 오고 친구는 태어난지 80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바로 다음  버스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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