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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Sep 20. 2022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겨울

아들의 자전거 - 변화 02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겨울


겨울이 되면 자전거 라이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위험하기도 하다. 처음 자전거 타기에 빠졌을 때는 겨울을 야속해하며 무리한 동계 라이딩을 자꾸 시도했었다. 이제는 겨울이 오면 무리해서 자전거를 타려고도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지도 않는다. 자전거를 못 타는 겨울보다는 스키를 탈 수 있는 겨울을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되는 시간을 그저 반복되는 오프시즌으로 여기게 되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봄도 겨울도 다시 올 것이고 노력한다고 안 올 것도 아니니. 제약의 시간을 원망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다른 것을 찾을 여유가 조금 늦은 나이에 생겼다.

10년 전만 해도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게 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자전거는 그저 이동수단일 뿐 스포츠나 취미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전거를 즐기게 되면서 "난 이 즐거움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이 즐거움이나 취미에 관한 나의 고집을 금 가게 했다. 예전에는 즐거움이 허락되는 시간과 환경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고 팍팍한 일상과 즐거움은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땅한 취미 하나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아빠가 되었다.

스키도 그랬다. 80년대에 산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탓에 겨울 스포츠는 거부감부터 생겼다. 모두가 썰매와 비료포대를 탔지 스케이트나 스키를 타는 친구는 알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스키캠프 간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괜히 빈정대기나 했다. 내 기준에는 취미란 취미는 온통 사치스러운 것뿐이었다. 알지도 못하면서 나와 맞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뭔가에 관심이 생기려면 대책 없는 호기심이라 치부하며 덮으려 했다.

자전거를 즐기게 되면서 아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배우고 스키도 배웠다. 즐거웠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는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안다. 사치스러운 취미란 없고 그저 알지 못해 생겨나는 편견임을 자전거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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