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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Sep 21. 2022

가방이 무거워지니 자전거 타기가 어려워진다

아들의 자전거 - 변화 03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스쿨버스가 집 근처까지 온터라 등하교에 마을버스를 이용할 일은 없었다. 5km 남짓 거리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마을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버스가 2시간 간격으로 다니는 시골이다 보니, 아들도 아빠도 자전거로 등하교하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전거 등교는 며칠도 되지 않아 중단됐다. 

먼저 교복은 자전거 타기에 매우 불편했다. 불편한데 보온도 땀 흡수도 부실했다. 자주 세탁하기도 무리가 있었다. 다음으로 헬멧은 사춘기 아들의 헤어스타일에 볼륨을 완벽하게 눌러버렸다. 더구나 학교에서 헬멧을 쓰는 것도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것도 너무 주목받는 행동이었고 다른 친구들처럼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려고 하면 아빠의 잔소리에 부딪쳤다. 결정적으로는 가방이 너무 무겁다고 했다. 학교 사물함에 두지 못하고 매일 가지고 다니는, 가기 싫은 학원 책이 제일 무겁다 했다. 이런저런 궁리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자전거 위에서 가방은 더 무겁게 느껴지고 그 가방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해지면서 더 화가 난 듯했다. 그렇게 버스를 주로 이용하게 되었고 대신 자유로운 등하교는 못하게 되었다. 

흔히들 작은 단점을 부각해 큰 장점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한다.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닐 텐데 아들을 설득하는 단골 문장으로 쓴다. 작은 단점이라면 스쳐 갈 테고 큰 장점이라면 잠시 내버려 둬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텐데 어떻게든 설득하려 한다. 작은 단점이 증오가 되고 금세 자라나 깊은 상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사춘기의 시간을 아들은 지나고 있다. 헬멧을 안 쓴 자신을 감시하는 어른들을 싸잡아 비난하게 되고 가방에 더해지는 책 한 권의 무게에 신경이 곤두서 다른 책들까지도 비워버리고 싶은 시간. 감시하는 어른들과 타협하는 요령이 생기고 책 한 권의 무게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시간은 찾아올 테고 그때 다시 자전거를 타면 된다. 자전거 타기를 굳이 권할 시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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