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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Oct 17. 2022

풀지 못한 문제가 항상 남아 있어

아들의 자전거 - 변화 16

아버지를 가볍게 만나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만나면 공기가 무거워진다. 지난 상처들이 들춰질까 조심하는 게 힘들다. 피하고 미루다 보면 그 역시 마음이 무거워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정기적으로 집으로 초대한다. 아들이 자라면서 그렇게 된 거 같다. 

할아버지를 밝게 대해주는 아들을 바라보며 아들 나를 생각한다. 나와 아버지 사이에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를 아들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다. 동시에 나 아들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생길까 걱정도 된다. 모든 문제를 풀고 살 수는 없다.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처럼 끊임없이 욕심낼 필요가 없다. 모르는 대로 내버려 두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다.

아들 기말시험을 함께 공부하다가 도덕과목 '가정윤리' 단원에서 효 실천에 관한 격언들이 나왔다. '네 자식들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이 네 부모에게 행하라-소크라테스' 격언을 외우는 아들 옆에서 괜히 나만 불편해한다.  굳이 소크라테스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효의 갚음에 관한 말들은 너무 흔하다.  모른 척하려 든다.

'아빠가 바라는 게 뭐 있냐? 같이 자전거나 타는 거 말고...' 아들에게 잘하는 농담이다. 아들이 자전거를 함께 타 주지 않더라도 자전거를 함께 타주는 아들은 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다. 할 말이 없다. 아니. 할 말은 많은데 아픈 말들이라 하지 않는 게 맞다. 너무 잘 알고 있는 누군가 '아빠는 그럴 수 있다.'라고 아들에게 말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멀미가 난다. 멀미가 날 때처럼 차분하게 멀리 봐야 한다.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 물러서 거릴 둘 수밖에. 보이든 말든 아무렇게 던져 놓고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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