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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Oct 18. 2022

자전거와 함께 기억된다면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거야

아들의 자전거 - 변화 17

일명 띠부씰. 캐릭터 빵에 포함된 캐릭터 스티커를 구하기 위해 빵을 파는 가게마다 줄을 서던 시절이 있었다. 딸도 띠부씰 모으기에 푹 빠졌다. 우리 동네 편의점은 워낙 시골이다 보니 빵이 들어오는 밤 10시만 맞춰 가면 대체로 빵을 구매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 어린 딸을 혼자 보낼 수 없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조건으로 몇 번 동행해줬지만 금방 귀찮아져 띠부씰 모으기를 반대하기 시작했다. 속상한 딸은 오빠에게 매달렸다.

아들은 '어휴' 한숨을 쉬면서도 곧잘 동행해 주었다. 동생이 챙기기 어려운 자전거 라이트와 후미등도 달아주며 친절한 오빠의 면모를 뽐냈다. 질릴법한 빵도 계속 먹어주니 먹지 않을 거면 사지 말라는 엄마 잔소리도 막아준다. 자전거 타기를 그렇게 조르던 아빠도 귀찮아하는 라이딩을 사춘기 아들이 친절하게 해 주니 가지 마라 소리를 하기에도 무안하다.

띄엄띄엄 가로등 불빛만 이어지는 여름밤 시골길을 오빠에 의지해 달리려는 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동생은 띠부씰, 빵, 편의점, 용돈, 개구리 소리, 가로등, 자전거, 별, 오빠를 함께 추억하겠지. 긴 시간이 지나고 하나씩 잊혀도 오빠, 자전거는 남을 것 같다. 자전거는 기억을 많이 담을 수 있는 물건 같다. 사람과 크기가 비슷하고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물건이니 더 그렇겠지. 자전거와 함께 떠오르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누구나 행복한 미소가 지어질 거다. 행복한 순간과 함께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분명 고마운 사람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되길 바라며 산다. 자전거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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