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07: 세탁소]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 기자의 목소리가 어제보다 조금 더 선명해졌지만, 대신 말할 때마다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곱 번째 기록입니다. 가끔은 기묘함을 넘어선 당혹스러운 제보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번 제보는 새벽 3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24시간 무인 세탁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제보자는 빨래를 기다리던 중,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마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갔죠.”
새벽 2시의 무인 세탁소는 기계 돌아가는 진동음으로 가득했다. 손님은 나뿐이었고, 구석의 세탁기 하나만이 유독 격렬하게 돌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건 새빨간 옷감들. 마치 핏물을 들이부은 듯한 섬뜩한 색이었다.
띠링-!
세탁이 완료됐다는 경쾌한 알림음이 정적을 깼다. 세탁기 문이 툭 하고 열리더니, 젖은 옷감들 사이로 검고 긴 머리카락 뭉치가 스르르 흘러나왔다. 한 움큼이 아니었다. 사람 한 명의 머리칼을 통째로 뽑아놓은 듯한 양이었다.
"히, 히익...!"
나는 뒷걸음질 치며 덜덜 떨었다. 저 안에서 짓이겨진 시체라도 나오는 게 아닐까? 공포가 극에 달해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세탁소 문이 활짝 열리며 한 남자가 헐떡거리며 뛰어 들어왔다.
그는 사색이 된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곧장 세탁기로 달려가 소리쳤다.
"아! 썅, 이럴 줄 알았어. 가발 빼는 걸 잊었네!"
남자는 세탁기 안에서 젖은 가발 뭉치를 덥석 집어 들고는 멋쩍게 웃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연극 소품인데 피 묻은 의상이랑 같이 돌렸더니 이 모양이네요."
남자는 가발을 황급히 가져온 큰 가방에 담아 가게를 나갔고, 세탁소에는 다시 기계 소리만 남았다. 나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 귀신은 무슨... 다 사람 사는 세상 일인데.
(카세트테이프의 잡음 속에서 기자가 낮게 낄낄거린다. 종이가 구겨지는 듯한 웃음소리다.)
“...황당한 이야기죠? 제보자도 그날은 맥주 한 캔 마시고 푹 잤다고 합니다.
(갑자기 웃음소리가 뚝 끊긴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중에 그 세탁소 CCTV를 확인해 본 사장의 말에 따르면, 그날 새벽에 가발을 들고 나간 남자는 있었지만... 그 전 세탁소에 들어온 남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날엔 가발 주인 외에는 아무도 그 시간에 들어오지 않았던 겁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내 상태도 조금 황당해졌습니다. 아까 맥주를 마시려는데, 입술이 벌어지지 않더군요. 거울을 보니 입술 경계선이 마치 인쇄된 것처럼 피부와 합쳐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말을 하려면 가위로 입술 자리를 오려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입이 없으면 손으로 쓰면 되고, 손이 없으면... 기록은 어떻게든 계속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