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08: 틈]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비명처럼 날카롭다. 기자의 목소리가 아주 작고, 무언가 젖은 종이가 마찰하는 듯한 소리가 섞여 나온다.)


“...여덟 번째 기록입니다. 이번 제보는 관할 경찰서 실종팀에서 오랫동안 미제로 남았던 사건의 유가족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번화가 뒤편, 낡은 빌라들이 밀집한 주택가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 성인 한 명이 겨우 어깨를 비집고 들어갈 만한 좁은 틈들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보지 않지만, 그곳은 언제나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도시의 틈새로 사라진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밤 12시, 귀갓길의 주택가는 고요했다.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빌라 사이의 좁은 틈이 오늘따라 유독 길고 어둡게 느껴졌다. 가로등 불빛조차 닿지 않는 그곳은 꼭 누군가 검은 페인트를 칠해놓은 것처럼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저기요.”

환청이었을까. 틈새 깊은 곳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지만 명확한, 젖은 목소리였다. 나는 홀린 듯 걸음을 멈추고 그 어둠 속을 들여다보았다.


고양이조차 지나다니지 않을 것 같은 좁은 틈. 그런데 그 캄캄한 벽 사이에서 가늘고 긴 손 하나가 스르르 빠져나왔다. 손가락 마디가 비정상적으로 길고, 창백한 피부 위로 검은 혈관이 툭툭 불거진 손이었다.

그 손은 마치 나를 반기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까딱거렸다.


"거기... 누구 있어요?"


내가 한 발자국 다가간 순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손이 동시에 튀어나와 내 옷소매와 팔을 낚아챘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좁은 벽과 벽 사이에 짓눌린 채, 나는 그 차가운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끌려 들어갔다.


잠시 후, 주택가 골목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 건물 사이의 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그리고 아주 좁게 남겨져 있었다. 오직 바닥에 떨어진 신발 한 짝만이 이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파도 소리처럼 넘실거린다. 기자의 목소리가 이제는 거의 들리지 않아 볼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제보자의 형은 그렇게 증발했습니다. 경찰은 단순 실종으로 처리했지만, 제보자는 지금도 그 빌라 사이의 틈을 지날 때마다 형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더군요. '어서와, 여기야'라고요.


(바스락거리는 소리.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

...내 입술이 완전히 붙어버려서, 결국 면도칼로 자리를 오려냈습니다. 피 대신 시꺼먼 먹물이 흘러나오더군요. 그런데 거울을 본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내 몸이 점점 얇아지고 있어요.

이제는 나도 저 건물 사이의 좁은 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내 몸 자체가 하나의 ‘틈’이 되어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기괴한 속삭임)

...방 구석, 벽지와 벽 사이의 그 미세한 틈이 자꾸 나를 부릅니다. 기록을 마치면, 나도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이야기가 남았는데... 시간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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