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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Jan 01. 2022

당일치기 혼자 목포여행(3)


고하도는 높은(高) 유달산 아래(下)에 있는 섬이라고 한다. 형세가 그렇다. 건너편 유달산으로 우러러보는 야트막하고 길쭉한 섬. 배를 타야 갈 수 있을 섬은 이제 케이블카로도 목포대교를 타고도 들어갈 수 있다. 여러모로 섬이 아닌 섬이 되었다. 유달산에서 내려다보면 좌우로 가늘게 뻗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저렇게 생긴 섬을 왜 용섬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싶었더니 용섬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그 용의 옆구리를 따라서 2킬로 미터가 넘는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다. 장관이고 명물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서 보면 저 길은 무조건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내리자마자 데크길로 내달렸다. 케이블카 스테이션에서 출발해서 전망대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용머리 끝까지 데크가 이어진다. 차분하게 걸으면서 건너편 목포를 본다. 유달산은 말이 없고 목포해양대 앞에 정박 중인 큰 배 두 척은 금방 출항을 할 것만 같다. 고하도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데크길 중간에 광화문 광장에 계신 장군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인 크기의 이순신 장군이 호령하고 계신다. 섬의 끝이자 용머리에 다가갈수록 목포대교는 더 압도적으로 변해갔다. 광택이 반들반들한 용과 반갑게 인사하고 산등성이로 올라서 돌아온다. 연신 땀을 훔쳐야 할 만큼 만만치 않은 코스지만 다시 찾고 싶을 만했다. 나이 드니 잔잔하게 산책하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낀다.

고하도 스테이션엔 일종의 케이블카 기념관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다. 설계 시공 업체 홍보와 간단한 구조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엔딩 크레딧처럼 이 엄청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벽에 눈길이 갔다. 이름 한 자 남기자고 한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거기에 등장하는 그분들은 자기 이름 한 줄 발견하고 뿌듯해하겠지. 이름으로 기억해주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북항 스테이션으로 돌아오는 길은 일사천리. 지친 다리를 쉬어가며 편하게 앉아서 풍경 감상하며 돌아온다. 넘어올 때 이미 실컷 본 풍경이니 설렐 것도 흥분할 것도 없이 차분하게. 목포는 근대와 현대를 잇는 끈이 팽팽한데, 그 팽팽함을 쇠줄로 이어진 케이블카와 목포대교가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편하게 여행할 수 있게 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다시 1번 버스를 탔다. 놀다 보니 점심때가 조금 지났다. 현지인 선배가 추천한 식당은 버스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선경준치회집. 횟집에서 혼밥이 가능할까 했는데 회무침 세 가지는 단돈 8천 원에 주문할 수 있다. 이름이 준치횟집이니 준치회무침을 주문했다. 반찬이 일고여덟 가지 나오는데 고등어구이도 한 마리 나온다. 회무침도 너무 푸짐해서 이거 진짜 8천 원 맞아요하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시장이 반찬이어서 맛있는 게 아니라 모든 반찬이 정갈하고 맛있더라. 한 그릇 뚝딱. 현지인 형의 미각적 안목에 엄지 척! 그래 여행의 맛은 밥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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