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회사의 KPI는 이런 특성을 갖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KPI는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정말 효과가 좋은 성과관리 도구라는 점과 도대체 왜 많은 회사에서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이제부터는 이 KPI를 정말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올바른 KPI로 도출하는 방법과 올바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하셔야 할 텐데요.
그전에 KPI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 정확한 개념과 좋은 KPI가 가져야 할 대표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KPI란 무엇인가? 그리고 좋은 KPI는 어떤 특성을 갖는가?
다들 잘 알고 계신 바와 같이 KPI는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핵심성과지표라고 부르는데요.
이 정의를 통해 KPI가 가져야 할 대표적인 특성 3가지를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KPI의 기본적인 속성은 바로 'Indicator'입니다.
따라서 Indicator가 가져야 할 속성을 반드시 갖춰야 하기 때문에 Indicator의 정의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영 사전을 검색하니 아래와 같이 정의 내리고 있네요.
a sign that shows the condition or existence of something
번역하자면 '어떠한 것의 상황이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보여주는 신호'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Indicator라는 것의 핵심은 그것을 통해 '무엇인가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Indicator는 반드시 이 점을 충족해야만 한다는 점을 먼저 명심하세요.
많은 분들이 KPI를 '평가기준'이나 '목표'로 알고 계신데 지표(Indicator)의 핵심적인 본질은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많은 회사에서 그러하듯 KPI를 단순히 평가기준이나 목표로 생각하고 활용하게 되면 자꾸 해당 수치를 높이고자 하는 힘이 작용하게 됩니다.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KPI 수치가 높아야(물론 낮아야 더 좋은 KPI 같은 경우는 낮아야) 하기 때문에 어떤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해당 KPI를 높이려고 할 겁니다. (대표적인 것이 물량 밀어내기: 다음 달 또는 내년으로 예정된 납품시기를 당겨서 수치를 맞추는 것)
그렇게 되면 'shows the condition or existence of something'이라는 지표의 정의에 위배가 되겠죠.
'Indicator'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현재의 상태를 가감 없이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표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거짓 없이 보여주어야 하는데 KPI를 평가지표 또는 목표로 접근하면 '지표 맛사지'가 이루어져서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지 못합니다.
지표라는 것은 내가(또는 우리 팀이) 더 좋은 성과를 향해서 달려가는 과정이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그 결과로 좋아지는 것이지 단지 해당 지표 하나만 좋다고 해서 실제 조직의 성과가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혈액검사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 하나만 좋다고 해서 나의 건강이 확실하게 문제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처럼)
전체적인 성과가 좋으면 지표가 수치를 통해 그 좋아진 성과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지 지표를 좋게 만들면 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간과하시면 안 됩니다. (선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고 일을 하면 전체적인 성과는 생각하지 않고 지표 하나에 매몰되어 성과라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일을 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그래서 KPI 수치들은 좋은데 정작 회사의 성과는 그저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런 경험들을 몇 차례 하다 보면 KPI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고 제대로 활용해야겠다는 의지도 떨어지게 되어 형식적 KPI 활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KPI는 Key Performance Indicator입니다. 따라서 지극히 당연하게도 Key Performnce의 상태를 가감 없이 정확하게 잘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KPI를 도출할 때는 내가 또는 우리 팀이(KPI를 도출하는 주체가 개인이면 '내가', 팀이면 '우리 팀이'가 되겠죠.) 어떤 종류의 성과를 Key Performance로 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어야만 무엇이 Key Performance Indicator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Key Performance가 결정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Key Performance Indicator도 결정할 수 없겠죠.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핵심성과가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다짜고짜 KPI를 도출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제가 건강관리(건강이라는 성과를 관리하는 것)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과는 혈당이 높아지지 않는 것입니다. 당뇨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혈액검사를 하면 수많은(제가 받는 검사에서는 7~80개 정도의) 지표들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에서 혈당과 관련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바로 '당화혈색소(검사결과지에서 HbA1c라고 표시)'라는 지표입니다.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혈당의 평균수치를 말하는데요.
예전에는 혈당관리 수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공복혈당'이었습니다. (혈액검사지에서 Glucose) 하지만 매우 많은 당뇨병 환자들에게서 공복혈당은 정상이나 음식만 먹으면 혈당이 확 뛰는 증상이 있음을 발견한 후에는 공복혈당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당뇨 환자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죠.
공복혈당이 더 이상 KPI가 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후 식후 2시간 혈당과 공복혈당을 모두 보는 방법도 사용되었으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공복혈당과 식후 2시간 혈당은 정상인데 식후 1시간~2시간 사이에 혈당이 매우 뾰족하게 올라갔다가 급락하는 현상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이를 '혈당 스파이크'라고 하며 저 또한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또한 당뇨관리의 KPI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의료계에서 3개월 동안의 혈당 평균값인 '당화혈색소'를 당뇨의 KPI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체내의 피가 완전히 새로운 피로 교체되는 주기를 대략 3개월로 봅니다. 당화혈색소 약 4.0~5.7 사이를 정상으로 봅니다.)
이렇게 당뇨관리의 KPI 변천사 사례를 굳이 설명드린 이유는 우리가 KPI에 대해서 더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또 우리의 성과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면 알 수록 KPI는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당뇨 사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뇨극복이라는 성과를 위해 우리가 집중 관리해야 하는 KPI가 1. 공복혈당->2. 공복혈당+식후 2시간 혈당->3. 당화혈색소(혈당의 3개월 평균값)로 당뇨 특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변화한 것처럼 여러분들 회사의 업종특성 그리고 나(우리 팀)의 성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수록 KPI 또한 더 정확한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로 진화하게 됩니다.
따라서 단지 KPI만 공부한다고 해서 좋은 KPI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내 업무(또는 우리 팀 업무)가 가진 속성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수록 좋은 KPI가 도출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KPI를 도출하면서 매우 빈번하게 범하는 실수 가운데 '건수' 또는 '여부'(했느냐 안 했느냐) 등을 KPI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는 KPI로 부적합합니다.
그 이유는 건수나 여부와 같은 것은 우리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가령 예를 들어 교육팀의 KPI로 '000 교육 실시 횟수'를 KPI로 도출했다면 그 횟수가 많다는 것이 교육팀이 이루고자 하는 성과의 현재 수준(상태)을 과연 정확하게 잘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교육 횟수는 교육팀이 마음만 먹으면 자유자재로 많이도 할 수 있고 적게도 할 수 있으니까요.
교육에 참석하는 참석인원이 몇 명이건 교육의 품질이 좋건 나쁘건 간에 대충 준비해서 개설만 하면 교육건수는 교육팀이 마음대로 통제가 가능합니다.
당뇨가 있는 제가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 같은 지표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당뇨 환자는 한 명도 없겠지요. 그 수치는 제가 엄청나게 식단관리를 열심히 하고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운동도 제대로 해주었을 때에만 좋아질 수 있는 것이지 제가 임의로 통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혈액검사를 했을 때 혈당 수치는 형편없겠죠.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한다면 단지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 혈압, 중성지방, 간수치 등 다른 수치들도 함께 좋아져서 당뇨뿐 아니라 전체적인 건강 상태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아래의 표를 보시면 이 수치들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음을 아실 수 있습니다. 좋아지면 다 같이 좋아지고 나빠지면 다 같이 낮아집니다.
하지만 제가 단지 '당화혈색소'라는 KPI만을 공략하게 되면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과 같은 노력을 하지 않고 당뇨약만 먹어도 가능합니다. (위 표의 수치는 제가 약을 먹지 않고 생활습관 개선 만으로 만든 수치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단지 해당 수치만 좋아질 뿐 콜레스테롤 수치, 중성지방, ALT(간수치) 등은 별로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단지 수치만 좋아지는 것이지 전체적인 건강 개선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KPI의 첫 번째 특성에서 강조했던 '지표를 좋게 만드는 것과 성과를 좋게 만드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연결됩니다.)
무엇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여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성과가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것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특별히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충 준비해서 했다는 티만 낸다면 예산과 노동력 그리고 시간만 축내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것들을 KPI로 설정하는 모습을 매우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회사에서도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OKR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OKR의 결과에 해당하는 KR을 설정할 때 '무엇을 하겠다(ex. 인사담당자를 3명 선발하겠다'와 같은 형태로 KR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해당하는 Initiatives 쪽에 가깝지 KR에는 절대 해당되지 않습니다.
여러 의미에서 OKR의 KR은 KPI의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에 부합하는 KPI를 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궁금하실 텐데요. 추후에 이 올바른 KPI도출 프로세스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