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민 Jan 11. 2024

소망에 유효기간이 어딨나

2024년 1월 10일. 새해가 시작되고도 10일이 지났다. 새해가 시작되면 지난해를 돌아보는 소회와 앞으로의 다짐같은 것들을 적어보고 싶었는데 도무지 해가 바뀐 게 실감이 나지않아 미루고 미뤄왔다. 솔직하게는 실감하고 싶지 않았다. 이걸 쓰는 순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이루고 싶은 걸 위해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할테니까. 그런 생각이 들면 또 이렇게 살면 안될 거 같은 불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게 밀려오면서 진정 원하는 것인지 확실치도 않은 소망들을 떠올려본다. 말한다고 지니의 램프같은 게 나타나 당장 내 소원을 이뤄주는 것도 아닌데 그 결과가 오히려 소중한 걸 잃게 만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벌써 사들인다. 일단 지르고 벌어질 일은 더 나아진 내가 현명하게 처리할 거라 생각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겁이 많아진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인생이었는데 무방비 상태에서 몇 대를 크게 얻어맞고 나니 언제부터는 항상 최악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러다보니 별다른 걱정이 없는 지금이 지속됐으면 좋겠다 했다가, 정작 나는 권태로움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하며 복잡해진다.

 소망이 떠오르지 않는 건 이루고 싶은 걸 다 이룬걸까. 혹은 이룰 수 없는 걸로 더는 속상해지고 싶지 않은 걸까. 전자도 맞고 후자도 맞다. 좋은 점은 이만하면 내 현실에 충분히 만족한다는 것이고 아쉬운 점 또한 이정도면 만족한다는 마음이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나는 마음 졸이며 복권 당첨번호를 확인하고 모르는 번호가 찍힌 부재중 전화에 심장이 뛴다. 산타가 없다는 걸 안 그때처럼 소망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는 핑계는 30대 중반이 할 소린 아닌 거 같아서. 그래도 난 늘 꿈꾸며 살고 싶으니까. 그래서,

올해는 다짐부터 해볼까 한다. 지금까지 나는 먹고싶은 걸 다 먹으면서 “켄달제너 같은 몸매를 갖게 해주세요”같은 식의 얘기를 매년 했구나. 나의 올해 다짐은 시작이다! 결국 지겨워질까봐, 잠이 부족해서, 적금을 줄여야 하는 이런 걱정은 그때그때 해결하고. 혹여나 중간에 포기하게 되어도 실망하지 않으며, 일단 ‘시작’하는 것. 항상성에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