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려 지우려 노력하면 싫은 기억들은 우리 뇌가 망각하게끔 도와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런 기억들은 검은색이 되어 흐릿하게 색깔만 둥둥 떠다닌다.
어떤 말이 오갔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반면 노랑 분홍 초록같은 기억들은 오래도록 남는다. 그때의 온도와 나의 옷이 또 그 사람의 표정 같은 것들이.
독감에 심하게 걸려서 몇날 며칠을 못먹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였나. 이렇게 그대로 누워있다간 죽을 거 같았고 죽기전에 비빔국수가 그렇게 먹고싶었다. 바쁜 엄마를 불러서 비빔국수를 해달라고 졸랐고, 엄마는 아픈 딸이 해달라는 말에 별 잔소리도 없이 뚝딱 국수를 만들어줬었는데. 아픈데 국수가 넘어갈 리가 있나.
한 젓가락만 먹고 못먹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때 좀 더 예쁘게 말할걸. 몸이 아프니까. 나도 이런 내가 짜증이나버려서. 그 더운 불앞에서 열심히 소면을 삶고 계란을 삶은 엄마한테 버럭 화를 냈었다. 엄마도 아팠겠지?
10년도 더 된 일인데 나는 그날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내가 여전히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이유일 거다. 그런 작은 것들이다. 누군가를 분홍색으로 기억하고 영원히 분홍색으로 남길 바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