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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민 Oct 02. 2019

'치맥'? 독일에선 '족맥'이다.

독일 정통 돼지족 요리와 맥주의 환상의 마리아주  

우리나라에 ‘치맥’이 있다면, 독일에는 ‘족맥’이 있다. 독일식 족발 요리와 맥주의 궁합은 한국인들의 치맥만큼이나 독일인들에게는 뗄 수 없는 조합이다. 슈바이네 학센은 독일에서도 특히 바이에른 지역에서 유명한 전통 돼지요리로 슈바이네 학세, 슈바이네 학센, 학세, 학센, 슈바인즈학세 Schweinshaxe, Schweinshaxn, Sauhax, Sauhaxn 등 몇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학센을 만드는 일반적인 방법은 돼지의 족을 소금과 향신료로 며칠간 염지한 후에 흑맥주와 함께 삶아내어 다시 오븐에 구워서 속은 부드러운 햄과 같고 겉은 바삭하게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통 감자요리나 양배추 절임 사우어크라우트와 함께 서빙된다. 



관광객들보다는 프랑크푸르트의 현지인들에게 잘 알려진 ‘클로스터호프 Klosterhof’의 학센은 나이프가 헛 돌정도로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에, 안의 속살은 풀드 포크처럼 부드럽게 살점이 뜯어져 나온다. 칼로 살을 베어낼 필요 없이 포크로 찍어서 뜯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 오랜 염장을 거쳐 햄처럼 살이 단단해지고 짠맛이 강한 학센이 아니라, 속살의 간이 약하고 부드러우면서 겉은 바삭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프랑크푸르트 지역의 대표 맥주인 빈딩 Biding 필스와 쉐퍼호퍼 Schofferhofer 헤페 바이젠 맥주로 학센과 페어링을 했다.  필스 스타일 맥주는 필스너 스타일 맥주로 체코 필젠 지역의 ‘필스너’ 스타일과의 상표권 분쟁 관계로 독일에서는 ‘필스’ 스타일로 표기한다. 열처리 멸균, 필터링을 하지 않은 소위 진짜 생맥주의 홉과 맥아의 밸런스는 역시 다르다. 


수돗물로 잔을 헹구는 정도만 차게 해서 맥주 서빙

간혹 외국에서 맥주가 차갑지 않다는 불만 아닌 불만을 온라인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유럽에서는 우리나라만큼 맥주를 차게 마시지 않는다. 맥주를 너무 차게 마시면 맥주 본연의 맛과 향을 느끼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라거 맥주 경우 4~6도, 에일 맥주의 경우 7,8도 이상으로 서빙된다. 


그동안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대형 양조장의 라거 맥주가 특별한 풍미도 향도 없기에, 오로지 빨리 차갑게 마실 수 있는 마케팅을 펼쳐와서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럽의 맥주 온도는 미지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탄산을 강하게 주입하여 톡 쏘는 맛을 강조하고, 어차피 밋밋한 맛을 감추기 위해 더 차게, 더 빨리 원 샷 마케팅을 한 탓에 맥주의 맛을 느껴볼 기회조차 빼앗겼던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서빙되는, 우리나라 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지근한 온도의 맥주 맛을 느껴보면, 그동안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노래의 한 구절이 절로 생각날 것이다. “맥주가 무슨 맛이 있어? 그냥 마시는 거 아니야”라고 소맥을 말아왔던 수많은 나름 ‘믹솔로지스트 mixologist’들이 “아~ 맥주에도 맛이 있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왠지 모르게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의 뉘른베르크 ‘생 제발트 교회 옆 소시지 가게 Bratwursthausle bei St. Sebald’의 학센은 겉껍질에 칼질이 힘들 정도로 바삭하게 오븐에 구워 낸, 프랑크푸르트의 그것 과는 달리 첫눈에 보기에도 물컹물컹해 보이는 비주얼을 하고 있다. 껍질 부분을 조금 잘라 입에 넣고 씹어 봤는데, 다행히도 생각했던 것만큼 거부감이 있는 식감은 아니다. 내부의 살을 분해하여 한 입 먹어 보면, 강한 염장과 오랜 숙성으로 탄력 있는 햄의 식감을 가진 잘 염지 된 유럽식 통 다리 햄의 맛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맛본 학센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어느 것이 더 맛있다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독일 뉘른베르크의 대표 맥주 투허 바이젠 특유의 향기로움과 청량감이 학센의 짠맛을 중화시켜주며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학센과 함께 나오는 ‘사우어크라우트’도 가게마다 저마다의 독특한 레시피로, 적절한 온도에, 염도, 그리고 입안의 고기 느끼함을 잡아주는 새콤함과 허브의 상큼함이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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