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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민 Oct 02. 2019

보리는 '맥주 순수령' 위반?

맥주를 만들 때 보리를 넣으면 '맥주 순수령' 위반일까?

독일에서 맥주를 만들 때 보리를 넣으면 ‘맥주 순수령’ 위반일까? 정답은 ‘그렇다’.


독일의 맥주 순수령은 더 이상 강제 법령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독일의 대부분의 브루어리들은 맥주 순수령에 의거하여 라거 맥주를 만들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맥주 순수령 초기에는 맥주의 원료로 보리, 홉, 물의 세 가지를 정의하였으나, 1993년에 수정되어 맥아, 홉, 물, 효모의 4가지 재료가 정의된다. 발아되지 않은 건조 보리도 맛과 향, 색깔 등을 위해서 부가 재료로 맥주 제조 시에 사용될 수는 있지만, 맥주 순수령에 의하면 맥아가 아닌 보리의 사용은 법령 위반이다. 


맥주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맥아는 영어로 Malt, 독일어로 Braumalz로 건조된 보리와는 구별된다. 보통 "맥주를 뭐로 만들지?" 하면 "보리"라고 답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리 "맥아"가 정답이다.

그렇다면 맥아와 보리는 어떻게 다르고 왜 맥아로 맥주를 만들까?



술이 만들어지는 발효 과정은, 효모균이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화학반응 과정이다. 탄수화물이 주 성분인 보리나 기타 곡물이, 발효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이 당으로 분해되어야 하는데, 그런 화학반응의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 아미노산 물질이 효소(Enzyme)이다. 효소에 의해서 탄수화물이 단당류의 당으로 분해된 후에 효모(yeast)에 의해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생성해 내는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다. 



보리 맥아는 보리를 물에 불려 뿌리가 나오는 발아, 건조, 뿌리 제거의 과정을 거쳐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맥아로 만들어지며, 발아 과정을 거쳐 보리의 효소가 활성화되어 맥아의 당화가 수월해지고 이를 이용해서 발효를 하게 된다. 보리 맥아가 맥주 제조에 적합한 이유는 전분 함량이 높고 단백질이 적고, 효소가 많기 때문이다. 

보리로 맥아를 만드는 과정의 첫 단계는 보리를 물로 씻고 이 과정에서 오물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곡물의 수분함량을 40~44% 정도로 증가시킨다. 보리를 물에 불려 두어 발아를 거치고 이 과정에서 효소의 형성이 강화되고, 건조과정까지 마친 맥아는 높은 효소 잠재력과 보관성이 높은 제품으로 탄생되며, 마지막으로 식힌 맥아에서 어린 뿌리를 제거하고 저장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흑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짙게 볶은 맥아를 사용하는데, 짙게 볶은 맥아로 발효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베이직 몰트로 발효를 하고 10% 미만의 짙게 볶을 맥아를 사용하여 맛과 향, 색을 원하는 만큼 구현해 내는 것이다. 


맥주 제조 과정에서 분쇄된 맥아를 이용하여 물을 넣고 끓여서 홉을 첨가한 맥즙을 식혀서 효모를 첨가하고 발효과정을 거쳐 알코올과 탄산이 함유된 맥주가 생산된다.  

맥아는 맥주를 만드는 가장 기본이고 필수적인 재료이면서 맥주의 맛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맥주에서 나오는 커피, 초콜릿, 빵, 비스킷, 견과류, 꿀, 감초, 훈연 향 등은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맥아에서 기인하는 아로마다. 


맥아는 맥주의 기본 원료이며, 독일 맥주 순수령에 의거한 라거의 경우는 100% 맥아만을 사용해야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한국은 물론이며 많은 나라에서 생산되는 라거 중에는 맥아 이외에 옥수수, 쌀, 기타 전분 등의 부가 재료를 사용하는 맥주가 상당히 많다. 맥주의 맛 조절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맥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를 이용하여 원가를 낮추기 위한 이유도 있다. 


우리나라 경우 주세법상 맥아가 10%만 함유되어 있어도 맥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오랜동안 낮은 맥아함량의 맥주가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 소비자의 입맛이 고급화되고 다양화되면서 올 몰트 100% 맥아 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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