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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민 Oct 03. 2019

'천국 옆 맥주펍' 세계 유일의 공항 양조장

뮌헨 공항의 양조장 맥주펍 Airbrau – Next to Heaven

 “천국 옆의 맥주펍” 세계 유일의 공항 양조장 

Airbrau – Next to Heaven 


한 때 분당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천당 아래 분당’이란 농담이 유행했었다. 한국엔 ‘천당 아래 분당’, 독일엔 ‘천국 옆 에어브로이 Airbrau’가 있다. 



맥주와 음식의 맛을 보기 전에, 머리 속으로 한 번 상상해 보라. 공항에서 맥주를 양조하고 양조된 신선한 맥주를 공항의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펍, 너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맥주는 양조가 끝나고 숙성 탱크에서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신선도를 유지하기에 유리하다. 거리가 멀어지면 품질 유지를 위해 필터링을 하거나 열처리를 해야한다. 케그에 옮겨지고, 캔, 병에 옮겨져 외부의 강한 태양열과 온도에 노출되는 것은 최상의 맛과 향을 유지 하기 위해 결코 좋지는 않다. 


뮌헨 국제공항의 브루펍 에어브로이 Airbrau는 독일에 들어오고 떠나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신선한 맥주를 즐기고 좋은 맥주의 추억을 만들어 독일을 떠날 수 있게 배려하여 만들어진 브루어리라고 한다. 맥주 강국의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면모다. 우리나라라면 공항시설에서의 맥주 양조 시설은 인허가 과정에서의 법적 장벽으로 인해서 상상조차 불가능한 이야기다. 


진정한 맥주에 목말랐던 독일인들이 해외여행에서 돌아와서, 독일 맥주의 맛을 꿈꾸며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정통 독일 맥주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공항의 브루펍. 독일의 얼굴이며 자존심을 건 국제공항의 브루펍은 정말이지 자신들이 만들어낸 맥주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인 것 같다.

많은 맥주애호가들에게 뮌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곳은 “호프브로이하우스”일 것이다. 하지만 뮌헨에 발을 내 딛으며 바로 독일 맥주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는 곳이 공항을 벗어날 필요도 없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에어브로이는 실내의 좌석들과 넓은 테라스 좌석이 있으며, 별도의 벽으로 구분된 내부의 공간도 있다. 공항의 보안 검사를 거치지 않는 구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공항 이용객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외부의 테라스는 이른 아침부터 북적이고, 아침부터 모닝커피처럼 맥주 한 잔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양조 시설을 볼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다. 


독일에서 비멸균, 비열처리, 비여과 진짜 생맥주를 마시는 것은 동네 어디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공항에서 마시는 느낌이 새롭다. 사실, 세계 어느 공항이든지 비싼 임대료 때문에 음식의 질에 관해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그냥 평타만 쳐 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하지만 뮌헨 국제공항의 세계 유일 공항 브루어리의 음식은 완전 대박 반전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독일식 포테이토 샐러드 중에 최고다. 크리미함과 새콤함이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면서, 감자 본연의 맛을 아주 잘 살려내 준다. 미트로프 역시 기본에 충실한 진짜 미트로프다. 그리고 갓 구워낸 프레첼 역시 압권이다. 맥주, 두 말하면 잔소리다. 신선함 그 자체를 머금은 맥주에 공항 펍의 분위기에서 오는 맛이 더해져 “Airbrau-Next to Heaven” 을 자연스레 외칠 수 밖에 없다.


독일에 발을 내 딛는 외국인들과 떠나는 외국인들에게 맥주강국의 자부심을 뇌리 깊이 심어 넣는 독일인들의 장인정신에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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