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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난인형 Jan 04. 2020

자매의 전쟁


© carolinehdz, 출처 Unsplash


두 살 터울인 여동생과 나는 기억에도 없는 아장아장 아기때부터 초등학교까지 사이 좋은 친구였다. 나름의 고집이 생기고 질투가 폭발하던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싸움의 발단은 사소했지만 한 번 싸웠다하면 그야말로 피 터지게 싸웠고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서로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싸우다가 시커먼 머리카락을 한 움큼씩 뽑아야 끝이 났고, 빨래하는 중에 말다툼이 발단이 되어 비눗물을 한 바가지 퍼서 동생 쪽으로 던지면 동생은 실내화를 빨던 구정물을 양동이채로 나에게 던졌다. 육탄전으로 발전해 동생의 손에 내 몸이 내동댕이 쳐진 후에야 싸움이 끝나곤 했다.


어렸을 적 힘으로나, 머리로나, 인물로나 모든 면에서 동생에게 밀렸다. 시골이지만 우등상을 도맡아 탔던 동생과 다르게 나는 1년 개근상, 6년 개근상 등 개근상만 줄기차게 받아왔고, 검은 피부에 주근깨 투성이의 못난이였던 나와 달리 피부가 하얗고 눈이 동그랗게 예쁜 셋째 딸인 동생은 이모나 동네 아주머니들이 데려가 놀아주곤 했. 동생은 체력이 어찌나 좋은지 학교 대표로 군 대회 달리기 선수로 참가하기도 했기에 싸우면 항상 일방적으로 당하기만하는 입장이었고 어릴 때부터 우는 게 특기였던 나는 매번 울음으로 설움을 토해냈다. 그래서 엄마의 회초리는 항상 여동생의 종아리를 향했고 중년이 된 여동생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자기만 맞은 일이 억울하다고 하소연 한다.


세월이 흘러 결혼이 뭔지도 모르고 일찍 연애결혼한 나와, 사윗감 아깝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등 떠밀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여동생은 같은 또래의 아이를 낳았다.

나는 딸 셋, 동생은 딸 둘.

동성이라 잘 어울렸던 아이들 덕분에 나들이와 여행을 함께하고 맛난 먹거리도 나누어 먹고, 고민이 있으면 만나 수다로 풀다 보니 숙적이던 예전의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지고 지금은 다정한 자매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어렸을 적 죽기 살기로 싸웠지만 지금은 한 없이 살갑고 애틋한 우리. 예전의 동생을 떠올리면 감정 없고 힘 좋은 로봇이 생각나는데 지금의 동생을 생각하면 사탕처럼 달콤하고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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