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초등학교부터 친구로 지내고 있는 중 한 명은
사람을 약 올리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같은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집이 가까웠기에 통원 버스를 함께 타고 다녔습니다.
저는 특별히 중2병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놀기 좋아하고 공부는 항상 뒷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원이 끝나면 저녁 시간이니 항상 배고팠습니다.
집에 가서 어머니께 먹을 것을 달라고 할 수 있지만
군것질하는 것을 더 좋아할 나이였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밖에 사 먹는 게 더 맛있던지요.
그날도 집에 가는 길에 배가 꼬르륵했습니다.
주머니에는 2천 원 남짓 있었습니다.
그 당시 떡볶이 1개 100원,
어묵 1개 200원 했던 것 같습니다.
순대는 1인분 1,000원이었습니다.
친구에게 떡볶이집 가자고 했습니다.
책방 가서 책 빌려야 한다고 안 간다고 합니다.
저번에 네가 가자고 할 때 가지 않았냐며 꼬셨습니다.
몇 번의 회유와 거절 끝에 가기로 협의를 했습니다.
떡볶이집에 가기 위해 내려야 하는 곳에서 기사님께 말하고 내렸습니다.
당연히 친구도 내릴 줄 알고 뒤돌아보며
뭐 먹을 건데라고 말하려는 찰나, 친구가 통원 버스 문을 닫더니
출발하자고 아저씨께 말합니다.
저는 당황한 나머지,
어! 만 연발 외치며 점점 저와 멀어지는 버스를 봅니다.
요즘말로 딥빡을 한 저는 그 길로 버스를 쫓아갑니다.
대략 400미터를 전력질주해서 통원 버스에서 내리는 친구 녀석을 잡았습니다.
그 친구의 첫마디.
“와 직이네, 니 달리게 겁나 빠르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욕을 한 바가지 할려는데,
그 친구가 떡볶이집에 가자고 합니다.
약삭빠른 놈 같으니라고.
그렇게 맛있게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며칠 전 그 녀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보통 술 취하거나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심심하면 전화를 합니다.
뭐 하냐고 묻길래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 지금 서울인데 얼굴 한번 보자고 합니다.
오늘 할 일이 많아서 안된다고 했더니,
몇 년 만에 친구 얼굴 잠깐 보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 바로 나가기엔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잠깐 고민하다가 밤새서 일을 처리할 각오를 하고
나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냐고 하니,
수서에서 기차 타야 하니 어디서 보는 게 좋냐고 묻습니다.
잠실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충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통화를 끊으려는데 이 녀석이 이럽니다.
“오늘도 덕분에 집까지 운전하는데 재밌게 왔다.”
“야이 xxxx야!! 이게 또 xx이네! 아오!!! “
그렇습니다.
저는 또 그렇게 낚였습니다.
저는 정말 바본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