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주 7일을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새벽을 넘겨서야 퇴근했다.
일론 머스크가 주당 100시간 이상씩 근무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에 못지않게 일했다.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나면 왜 이렇게 졸리는 것인지.
다들 항상 피곤해서 그런지 나처럼 졸려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으면 졸음과의 사투를 벌였는데,
그날은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더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꾸벅하며 고개를 떨구는 것에 놀라서 다시 눈을 떴을 때였다.
그가 출근을 하더니 우리를 불러 모았다.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그간 너희들한테 너무 화를 많이 낸 것 같다.
앞으로 한 달 동안 화를 안내기로 다짐했으니 너희들도 내가 화내는 일이 없도록 일처리 잘해주렴.”
“넵! 알겠습니다.” X 9
그의 폭탄선언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저렇게 말하고 며칠 안 가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자신을 돌아보고 바뀌려고 노력하니 한번 믿어봐?’
다양한 생각들이 오고 갔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그가 바뀌겠다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가 폭탄선언을 한 이후,
예전 같으면 불같이 화를 내거나 몇 시간 동안 우리를 붙잡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그러지 않았다.
억지로 참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어떻게든 바뀌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언젠가 더 크게 폭발할 수 있겠다는 걱정.
그의 근본적인 문제는 타인을 본인의 잣대로 판단하고 그 잣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화가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하는 것이 옳고 우리들은 그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확신이 바뀌지 않는 한, 그는 언제고 다시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내 걱정이 틀리길 바랐다.
이제는 그가 너무 과하게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마우스를 집어던지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회사는 대표 혼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이끌어 가는 것임을 알길 바랐다.
그러나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가 폭탄선언을 한 지 28일쯤 되는 날이었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싸우고 사무실로 왔다.
우리를 불러 모아 놓고 1시간가량 그의 여자친구 험담을 했다.
그것을 왜 들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우리는 1시간 동안 그의 부정적인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진행하는데, 갑자기 그가 소리쳤다.
“야 인마!! 너 도대체 뭐 하냐? 내가 디자인을 언제부터 해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되면 어떻게 하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냐?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화 안 내려고 얼마나 인내하고 노력했는지 몰라?
대표인 나도 이렇게 바뀌려고 노력하는데, 너는 왜 바뀌지를 않냐?”
“…………….”
“도대체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하냐?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살겠다. 너는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죄송합니다.”
“맨날 똑같은 말하는 거 지겹지도 않냐? 나는 너무 지겹게 짜증 난다. 그냥 그만둬라.”
“아닙니다. 내일까지 디자인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근데 정말 너는 왜 그러냐?”
다시 시작했다.
그는 그 뒤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디자이너가 제대로 일처리 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다가 우리 전체를 비난했다.
그리고는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회사가 위기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체이탈을 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라는 생각이 수천, 수만 번 들었다.
‘그냥 한번 시원하게 대들고 퇴사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화를 눈동이처럼 점점 커져갔다.
화를 내면서 분노 게이지를 계속 채우는 것 같았다.
결국 그는 그의 마우스까지 집어던지며 자신이 얼마큼 화가 났는지를 표현했다.
미쳐 날 뛴다는 표현이 너무 적절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의 폭탄선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봉인 해제된 그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