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매직, 해외 워크숍

by 지무

노무법인의 바쁜 일상도 연말이 되면 한산해진다. 야근 횟수가 줄고, 주말에 사무실로 나오는 노무사들이 줄어든다. 바야흐로 노무 컨설팅 비수기로 진입한다.


이를 틈타 노무법인은 해외로 2박 3일 워크숍을 떠났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1년간 고생한 노무사들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워크숍이다. 이번에는 필리핀이다.


이른 아침 출발이라 전날 인천공항 근처 숙소에 머문 노무사도 있고, 꼭두새벽에 집에서 나온 노무사도 있다. 새벽에 눈길을 뚫고 오느라 피곤함이 묻어 있으나 표정만은 생글생글했다. 국내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가와 보너스가 더욱 반갑다는 노무사도 들뜬 분위기다.

몸이 한국을 떠난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자문사 메일을 점검하는 노무사도 있고, 노트북으로 의견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노무사도 있다. 사건 담당 노무사의 경우 비행시간 내내 이유서, 답변서가 손을 떠나지 않았다.


필리핀에 도착하고 한나절 버스 관광을 마친 뒤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기도 전에 호텔 안에 위치한 워크숍 장소에 집결했다. 저녁 식사를 겸한 워크숍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부대표의 멋진 사회와 함께 한해 법인 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크숍의 하이라이트는 상장 수여식이었다. 법인에 몸담고 있는 모든 노무사에게 상장을 수여했다. 상장은 다양한 이름으로 주어졌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노무사에겐 새벽 출근상, 결과물에 대한 신뢰가 높은 노무사에겐 믿음상을 주는 식이다. 대표 노무사는 해당 상장을 주는 이유를 상장에 적어서 나눠줬다.


필자에게도 상이 주어졌다. 노력상이었다. 상장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위 사람은 늦게 노무사에 입문하여 기초부터 성실히 익히고 있는 바 그 노력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담아 상장을 드립니다.”


상장 글이 처한 상황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기분이 묘했다. 늦게 노무사에 입문한 것도 맞고, 기초부터 성실히 익히고 있는 것도 맞다. 그러한 노력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은 50대 나이를 감안한 예우 차원의 표현으로 느껴졌다. 젊은 노무사들은 부대표급 연배의 시니어 노무사들을 '어르신'이라 불렀다.


다음날은 하루 종일 물놀이다. 어르신, 젊은이 상관없이 물속에서는 모두 동심으로 돌아갔다. 스노클링과 오리발을 착용한 모습이 외계인 같았서 웃고, 짜디짠 바닷물에 놀라 웃고, 높은 파도에 놀라서 웃었다. 알록달록 바다를 장식한 산호초에 감탄하고, 저 멀리 헤엄치는 바다거북에 환호했다.


꺼질 줄 모르던 업무 스위치가 그 순간만큼은 내려갔다.


12월의 매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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