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내는 한 끼
몇 년 전 아기아기한 자몽나무를 심었다. 작년엔 한 개, 올해는 두 개가 열렸다. 언제쯤 주렁주렁 열리는 걸까? 더 기다려야 하나? 위치가 좋지 않나? 성장이 왠지 시원치 않은 느낌이다. 기회를 봐서 자리를 옮겨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초보가 이사오자마자 신나서 이것저것 심다가 보니 아직도 실수를 하면서 배우고 있다.
시즌이 벌써 끝이 난 패션 푸릇도 아직 끝물 열매들이 한두 개씩 열린다. 넝쿨식물인 패션 푸릇은 몇 해동안 엄청 열매를 맺어주었다.
키운 작물로 두 사람용 아침을 만들었다. 직접 기르고 따낸 것이라 그런지 마음이 먼저 배부르다.
만드는 동안 흐뭇했고,
차려놓고 보니 고마웠고,
먹으면서는 감사했다.
흙과 햇살, 물과 시간이 만들어가는 것을 직접 지켜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한 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