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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힝맨 Jul 04. 2021

삼포세대는 프로필 사진을 사랑한다

사랑에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너의 프로필 사진 앞에

몇 번의 고백을 했는지 모른다.


실수로라도

프로필 사진 근처의

전화번호를 누를까 전전긍긍하며.


너는 어떤 삶을 살까.

남자 친구는 생겼을까.

결코 대답할 수 없는

너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수도 없이 대화를 시도하곤 한다.

어쩌면 고백보다도 더 많이.


그러나 고백은커녕

가벼운 메시지 하나 보낼 수 없다.

잘 감춰온, 잘 막아놓은 마음이

터질지 모르니까.


너를 사랑하는 이유의 숫자만큼이나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찌질한 이유가 있다.


아니,

사랑한다는 지극히 감상적인 이유 말고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되는 이유가

단 한 가지라도 있다면,


사랑한다는 고백이

너와 나에게 도움이 되는 무엇이

단 한 가지라도 있었다면,


사랑한다 할 수 없는 이유 따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겠지.

단 한 가지를 찾지 못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너와 함께할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있다면,

프로필 사진에 했던 고백들이

꽤나 적절했을 것이다.

그 수많은 고백들이

한 번의 실전을 위한 연습이 됐을 것이다.


거창하게 이야기해봐도 결국
우리의 썸이 사랑이 될 수 없는 것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고민해서다.


너를 어떻게 사랑할지 고민하기도 부족할 텐데,

너를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ㅡ

결코 충족할 수 없는 조건들을 고민하는 것이다.

너를 사랑하므로 뛰어넘어야 할

장벽을 고민하는 것이다.


너를 올바르게 사랑할 방법을 고민하고,

벽을 뛰어넘을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인데,

짜디짠 현실만 고민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짜디짠 현실과 찌질한 나로부터

너를 지킬 수 있을까.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삼포 세대답게

너와의 연애를 포기하고,

너의 프로필 사진을 사랑하기로 한다.

너의 프로필 사진을 사랑하는 데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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