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세대는 프로필 사진을 사랑한다
사랑에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너의 프로필 사진 앞에
몇 번의 고백을 했는지 모른다.
실수로라도
프로필 사진 근처의
전화번호를 누를까 전전긍긍하며.
너는 어떤 삶을 살까.
남자 친구는 생겼을까.
결코 대답할 수 없는
너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수도 없이 대화를 시도하곤 한다.
어쩌면 고백보다도 더 많이.
그러나 고백은커녕
가벼운 메시지 하나 보낼 수 없다.
잘 감춰온, 잘 막아놓은 마음이
터질지 모르니까.
너를 사랑하는 이유의 숫자만큼이나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찌질한 이유가 있다.
아니,
사랑한다는 지극히 감상적인 이유 말고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되는 이유가
단 한 가지라도 있다면,
사랑한다는 고백이
너와 나에게 도움이 되는 무엇이
단 한 가지라도 있었다면,
사랑한다 할 수 없는 이유 따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겠지.
그 단 한 가지를 찾지 못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너와 함께할
시간과 돈과 에너지가 있다면,
프로필 사진에 했던 고백들이
꽤나 적절했을 것이다.
그 수많은 고백들이
한 번의 실전을 위한 연습이 됐을 것이다.
거창하게 이야기해봐도 결국
우리의 썸이 사랑이 될 수 없는 것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고민해서다.
너를 어떻게 사랑할지 고민하기도 부족할 텐데,
너를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ㅡ
결코 충족할 수 없는 조건들을 고민하는 것이다.
너를 사랑하므로 뛰어넘어야 할
장벽을 고민하는 것이다.
너를 올바르게 사랑할 방법을 고민하고,
장벽을 뛰어넘을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인데,
짜디짠 현실만 고민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짜디짠 현실과 찌질한 나로부터
너를 지킬 수 있을까.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삼포 세대답게
너와의 연애를 포기하고,
너의 프로필 사진을 사랑하기로 한다.
너의 프로필 사진을 사랑하는 데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