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힝맨 Nov 18. 2022

실패한 자신의 꿈을 보며 화를 내는 어른

그토록 싫어하던 꼰대가 됐다

오늘 팀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놈의 수익구조!

무료서비스라면서요!


네 맞습니다.

신사업으로 무료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획자로 어쩔 수 없고,

저의 포지션은 그걸 생각해야 하는 포지션이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러다 문뜩,

인턴들에게도

이 회사는 스타트업이 아니고

중견기업, 매출 중심의 기업임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아 돼버리고 말았구나.

실패한 자신의 꿈을 보며 화를 내는 어른이.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이, 어른들이 공부나 하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자신이 시도해보고 실패해봤기에,

그 길을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요.


특히, 자신이 해본 일은 더 그렇습니다.

자신이 실패했으니,

너 또한 실패할 것이고,

그 상처로부터 널 지키기 위함이라 말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꿈이 많은,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그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른들은 꿈을 꾸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패한 꿈을 보며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실패한 꿈을 걷는 아이 보며,

실패해버린 자신의 꿈을 보며

화를 내는 어른은 되지 않겠다 맹세했습니다.


오늘 전까지만 해도,

저는 그런 어른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실패한 꿈을 보며

눈물짓는 어른 일지는 몰라도,

최소한 화를 내는 어른은 아닌 거 같았어요.

눈부시게 성장하는 서비스들을 보며

왜 나는 저런 서비스를 만들 수 없는 걸까

눈물지었지, 화를 내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퍼뜩 깨달았습니다.

눈부시게 성장하는 서비스는

나보다 강하기에 눈물짓는 것이고,

나보다 약한 이들에겐 화를 내고 있었다는 것을요.


지금의 저에게 믿기지 않을 이야기겠지만,

불과 3년 전만 해도

넌 대체 돈은 언제 벌 생각이냐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떠나보내야 했던 팀원들이

팀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제가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네, 전 스타트업으로,

서비스로 실패한 어른이었고,

이젠 그 길을 바라보는, 걸으려는

저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출근하며 자신을 다독입니다.

이 회사는 성공적인 길을 걸어온 회사고,

난 거기에 미치지 못함을,

나가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착각을 버리라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 오만을

이제 그만 버릴 때가 되었다고.


그리고 그 길을 걸었기에,

자신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쳤음을,

자신이 지어야 할 책임들을 회피해왔음을,

잊지 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에 실패한다면,

저는 아마도 또다시

스타트업의 길을 걷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저의 문제이지,

그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 꿈을 응원하는 어른이 되지는 못할망정,

그리도 싫어하던...

자신의 실패한 꿈을 보며 화를 낸 어른...

꼰대가 돼버리고 말았음을 깨닫습니다.


내 입장을 변명하지 않으면서,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일에 책임을 지면서,

내가 실패한 꿈에 화를 내지 않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은데

그게 쉽지는 않네요.





작가의 이전글 우리 회사 앞에서도 마차를 보게 되지 않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