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힝맨 Jul 22. 2023

만 36.5세의 자화상 - 사랑

피 대신 위액이 거꾸로 솟는다

사랑하는 여자의 옆에 남자를 보며

만 스물셋에서야 '피가 거꾸로 솟는다'라는 표현을 이해했습니다.

그녀와 그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저는 조금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질투로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표현을 명백히 이해할 수 있었죠.

그 느낌과 가벼운 현기증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지금 서른여섯의 아저씨에게 사랑 같은 달콤함이 없습니다. 

서른여섯의 아저씨가 작은 낭만을 바라는 것 자체가 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날의 저는 스스로를 삼포 세대라 불렀지만,

지금은 스스로가 문제 있는 사람임을 자각합니다.

서른여섯 해 동안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앞으로 서른여섯 해가 흘러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스물셋의 기억을 되살려보곤 합니다.

하지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재현되지 않네요.

스스로 늙었다 느끼는 육신이 고작 더러운 위액을 조금 역류시킬 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위액이 역류할 때마다 감상에 빠져듭니다.

나이 먹어 위액은 자꾸 역류하는데, 얼마없는 분홍빛 기억을 너무 자주 들추어 냅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위액이 역류한다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군요.

작가의 이전글 그렇게 나는 퇴사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