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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16. 2023

이제 나도 식집사?

다른 아이 아닌 무조건 너여야만 했다


한창 붐처럼 브런치와 그로로에 이야기가 참 많이 올라왔었다. 때는 쓸 내용도 없고 해서 나도 식물 한번 키워볼까라도 했지만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새로운 생명을 들인다는 자체가 버거웠었다. 보는 건 좋아하지만 키우는 건 책임을 져야 하는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아이 태어나고 파키라(관엽식물)를 키운 적이 있었다. 물도 보름에 한 번 흠뻑 주면 되고 무럭무럭 자라는 맛에 몇 년 동안 잘 키우고 있었는데 둘째를 낳고 몸조리를 하러 간사이 남편이 저 세상으로 보내버렸다. 주택이어 집안이 많이 춥기도 했었다. 그 뒤로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그 좋아하던 강아지며 물 또한 관심 둘려가 없었다.


록초록한 자연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부러 넓디넓은 공원에 나가서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록잎을 보고 있으면 눈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멍 때리기 최적의 조건이다.








바깥 배경이 초록잎으로 무성한 카페에 갔던 날이 있다. 글 쓰다가 막히면 초록나무를 보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집에 와서도 계속 그곳을 가고 싶다 생각했지만 근처도 아니고 매번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지 못하면 내가 있는 이곳을 카페분위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 던 어느 날 브런치를 둘러보던 중 피어라 작가님의 책상을 보게 되었는데 거다!라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하나쯤 곁에 두시면 생각보다 많이 힐링을 얻으실 거예요라는 작가님의 댓글에 또 한 번 마음이 움직였다.


@피어라_ 사실은 식물이 나를 돌봅니다


저 아이가 몬스테라라는 걸 알게 되었던 운명의 날이었다. 그렇게 초록이가 눈에 계속 밟혀 남편에게 우리도 식물을 키워보자며 제안했다. 다른 아이 아닌 무조건 여야 했다. 나보다 남편이 검색을 더 열심히 하더라. 직접 화원에 가볼까 아니면 인터넷으로 살까 하던 중 남편이 당근에서 발견한 몬스테라. 렇게 단돈 만원에 우리 가족이 되었다.





어머나! 보는데 이렇게 깜찍할 수가 있나. 이제 내 새끼가 되려는지 보자마자 눈에 하트가 절로 솟구친다. 진한 초록잎이 큼지막하니 펼쳐져있고 중간중간 갈래의 찢어짐이 멋스러워 보인다. 이제 막 올라오는 아까지 꼭 하나의 가족이 모여있는 것 같다. 시원하게 뻗은 줄기마저 튼튼해 보인다. 이게 뭐라고 심쿵모드인지 자꾸 눈길이 간다.



 한번 쓰고 테라(그새 애칭) 한번 보고 이제 나도 식집사의 길로 접어드는 것인가. 큰아이가 테라를 보더니 어머니도 키우는데 본인은 강아지를 키우겠단다. 흐름이 이상한 데로 간다. 잠시 못 들은 척해본다. 애지중지 자리를 옮기다 벽에 잎이 스쳤다. 괜히 움찔한다. 물도 주고 잎도 닦아주고 싶다. 일단 새로운 환경에 왔으니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 당분간 눈으로만 봐야겠다. 화분 위 모래가 촉촉하니 젖어있는 모습이 꼭 강아지 코를 연상케 한다. 강아지 코도 촉촉하면 건강하니 말이다. 상 오버스러움 가득한 첫날이었다.








급하지  천천히 하나씩 너를 알아가련다. 테라는 성장이 빠른 아이여서 미리 뿌리를 길게 뻗을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단다. 발 빠른 남편이 네모난 하얀 화분을 주문했다. 너의 새 신발이 올 때까지만 천 원짜리 바구니에서 잠시만 기다려주겠니. 직 큰 웅장감은 없지만 작은 단단함이 느껴진다. 자라나는 너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벌써 뭉클해진다. 이왕 이렇게 우리 집에 온 이상 무탈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한다. 테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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