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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an 13. 2024

5킬로 달리기를 도전했다

휴무일 오전 내도록 글하나 붙잡고 씨름을 했다. 좀처럼 진도는 나가지 않는데 시간은 무심히 잘도 지나간다. 엉덩이만 무겁게 앉아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돌아오는 건 혼자 갔다 오라는 말 뿐이었다. 도서관 식당으로도 유혹해 보았지만 잠시 움찔할 뿐 따라가지 않는단다. 본인이 읽고 싶은 책만 빌려오란다. 이미 아점으로 짜파게티를 먹은 후였다. 굶길걸 그랬다. 오히려 잘 된 건지. 공원도 안 걷는다는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혼자 나왔다. 고맙다. 덕분에 어미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한다.






스트레칭을 하는데 뛰기도 전부터 심장이 나대기 시작한다. 유난히 몸을 풀었다. 생전 도전해보지 않은 5킬로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작년 맨 처음 15분 뛰기를 시작으로 그다음 3킬로를 뛰면서 뜨문뜨문 이어왔다. 매일 운동을 인증하는 방에 소속되어 있다. 만보 걷기와 요가, 수영, 줌바등 다양한 운동을 인증한다. 가끔 5킬로 러닝 인증을 올리는 것을 보고는 나도 언젠가는 한번 해보리라 속으로 다짐했었다. 며칠 전 오르막을 지나고부터 왠지   없는 자신감이 붙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햇살 좋은 오후였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출발지점을 잘못 골랐다.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다리에 철덩어리가 달려있는 것 다. 절대 뛰는 호흡 지켜가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평지로 돌아서니 조금 살만해졌지만 숨은 찼다. 이미 달리기를 해온 장소라 어느 지점쯤 가면 얼마만큼 거리가 되었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었다. 3킬로쯤까지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마침 또 오르막이다.



역시나 5킬로는 무리였을까. 호흡이 고르지 못하다. 숨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최대한 느리게 숨 쉬려 했다. 호흡이 가파를 땐 일부러 더 천천히 뛰었다. 오르막은 거의 제자리 뛰기 수준이었지만 걷지만은 말자 했다. 침 한번 삼키는 것도 겨우 넘겼다. 오르 지나 내리막을 뛰면서 다음부터 다시는 하나 봐라 역시 3킬로가 나한테 딱이야를 되새기며 후회했다. 이미 3킬로 넘은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뛰기로 했다. 종료음은 울리지도 않는다. 대략 30분은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운동장으로 들어와서도 몇 바퀴를 돌았는지 기억도 안 난다. 기록을 확인할수록 더 숨이 찬다. 겨우 종료진동이 울렸다. 기쁨보다 얼른 앉고 싶었다. 동공이 흔들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현기증도 났다. 인증기록을 남기려는데 순간 보이지 않는다. 머리가 하얗다. 침착하고 다시 확인하여 이 역사적인(?) 순간을 저장했다. 3킬로보다 10분 더 연장된 시간은 한 시간같이 느껴졌다. 땀으로 범벅되어 패딩을 벗고 벤츠에 멍하니 앉았다. 몇 분 안가 한기가 느껴져 얼른 옷을 주섬주섬 껴입었다. 






뛰면서 온갖 잡다한 생각이 다. 이렇게 힘들게 뛰었는데 내 반드시 이 과정을 기록하리! 그냥 뿌듯하다에서 끝내기 싫었다. 몸이 힘드니 오전에 글 때문에 몇 시간 동안 머리 쥐 났던 건 생각도 안 난다. 뛰는 순간은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전에 글을 쓰고 오후에 달리기를 하니 하루키의 일상을 잠시나마 체험해 보는 것 같았다. 사를 하면 이런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글로 일상을 남기고 달리면서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살아있음 느낀다. 비록 기록을 오버하여 숨넘어갈 뻔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몸이 진정되자 스멀스멀 생각이 난다. 마치 첫아이를 출산하고 일 년이 지나면 그 고통을 잊은 채 둘째가 생각나는 것 같다. 다시 뛰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왜 또 꿈틀대는지 모르겠다. 좋은 중독인 걸까. 10킬로 마라톤은 감히 엄두도 못 내지만 생전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건 평범한 일상에 활기를 넣어준다. 다행히 맨 처음 달리기를 했던 날처럼 온몸이 뻐근하지는 않았다. 콧물은 이틀 만에 멈췄다. 나의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는 일은  분명히 흥미진진한 일이다. 음 달리기가 긴장되면서도 설레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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