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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pr 12. 2024

운동 인증을 하는 이유


오랜만에 뛰었다. 거의 3주 만이다. 사실 억지로 뛰었다. 뛰는 텀이 길어질수록 몸이 무뎌진다. 그나마 머리로는 해야라는 걸 생각하고 있어 다행이다. 핑계를 대보자면 남편이랑 걷는 날이 많았다.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요즘 저녁마다 글 쓴다며 큰아이방에 처박혀서 자기 전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걸을 때만이라도 남편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 남편도 소중하니까.






굳이 뛰어야 하는 이유 혹은 자주 걸으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글을 쓰기로 했으니 직접 경험했던 걸 고 싶었다. 오늘 뛰었으니 쓸 수 있고 걸었으니 인증할 수 다. 매일이 아닌 한번 뛰어도 나에겐 큰 경험이 다. 마라톤 뛰기만을 바랬다면 아무것도 쓸 수 없었을 거다. 내가 한 일에 의미 부여하기. 운동하고 글까지 써낼 수 있어 흡족하다. 마음 같아선 매주 한번 뛸 것이니 연재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이내 부담감에 짓눌릴 것만 같다. 



달리기를 하면 내 체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에 충격을 먹는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 자신시험해 보는 거다. 내 의지로 힘듦을 자처한 거니 괜찮다. 진짜 힘든 건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불쑥 나타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운동하고 글을 쓰며 마음의 수양을 한다지달갑지 않은 손님은 정신을 흔들어 깨부수기에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힘든 일이 오더라도 주저앉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 오늘의 행복했던 공간 속에 가둔다. 이건 내 거다. 내가 만든 행복 흩어지지 않도록 록으로 꽁꽁 묶어둘 테다. 쓰다 보니 낯간지럽지만 이 또한 즐겁기에.






4km가 지났다는 친절한 안내가 나온다. 고지가 코 앞이다. 악동뮤지션의 '라면인 건가' 노래가 나온다. 라면인 건가 라면인 건가 가 반복된다. 고문인 건가. 새뇌당하기 전에 얼른 다음 곡으로 넘겼다. 하마터면 아침은 라면이다라고 결론 내릴 뻔했다. 위험했다.


사진 찍기 좋은 계절이다. 걸으면서 꽃사진을 그렇게 찍어댄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왜 그리도 프로필에 꽃사진을 올리는지 알 것 같다. 제일 예쁜 순간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금 내가 느낀 감정도 놓 않는다.



SNS에 인증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이렇게 뛰었고 걸었다는 나름 건강을 챙기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뿌듯하다. 아침에 운동을 한 후 과일을 먹었다. 이것만 먹은  아니다. 저녁까지 글 쓰면서 커피도 마셨고 과자도 빵도 먹었다. 많이도 먹었다. 억누르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장면하나를 남긴다. 다른 사람이 남기는 인증은 영향은 끼칠 수 있으나 직접적인 자극은 되지 않는다. 내가 남긴 사진으로 그때 그랬지라는 생동감을 기억한다. 눈으로 보고 다시 움직여야 하는 걸 느낀다. 내가 운동인증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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