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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Nov 27. 2020

추수감사절, 감사하게 아이들이 돌아왔어요

아이들이 돌아왔다.


멀리 있는 아이들이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맞아 이 무서운 코로나 19를 뚫고 내 집으로 왔다. 큰 아이는 고양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려 우버도 타지 못하고 내 차에서 나나 딸이나 마스크를 쓴 채 안부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집으로 왔고 그 길로 지하로 내려가 자가 격리로 들어갔다.


둘째 아이는 그나마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가서 데리고 왔지만 역시 자기 방으로 직행하는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두 아이 모두 다음날 새벽바람에 코로나 19 검사를 마쳤고 삼 일 후 우리는 정상적인 상봉을 했다.



방송에서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예방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격리를 권장하고 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미국 아이들은 과연 우리 한인들처럼 본인뿐 아니라 공동생활하는 가족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한 격리를 할지는 의문스럽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코로나 19 검사를 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지금은 검사 후 20분 만에 나오는 시스템이 도입이 되어 그 자리에서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코로나 19 검사를 한 번만 받은 게 아니다. 남편은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코로나 19 검사를 하고 집이나 회사를 가야 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으로 혹은 다른 주에 갈 때마다 검사를 했다. 나 또한 한국에 가서 검사를 했고 미국에 와서도 해야 했다. 우리 막내만 집 밖 출입을 하지 않아서 한 번도 하지 않은 행운을 얻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반갑기도 하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로 꽃을 피운다. 큰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와 수다를 떨어야 진짜 수다다운 수다라며 좋아라 하고 둘째는 사람은 둘째치고 자기 강아지를 먼저 챙기느라 덕분에 강아지 할머니가 되어버린 나는 그리고 사람 가족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지 자식 사랑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한국보다 미국의 집 사이즈는 좀 큰 편이다. 싱글하우스라고 부르는 이 집은 5명이 살았을 때의 크기로는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막 오신 분들이 보기에는 다소 크다고 느낄 수 있지만 미국의 땅덩어리 스케일로 보자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싶은게 여기는 시골이라 집이 곧 놀이터이고 만남의 장소이고 공부하는 곳이자 쉼터이기에 집이 클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코로나 19 시대에는 안성맞춤이라 도심에 사는 사는 사람들이 시골로 이주를 하는 바람에 큰 싱글하우스가 인기가 있다는 말을 요즘 들어 많이 듣고 실제로 집을 사고 처음으로 집 가격이 올라갔다.


이런 집에서 큰아이 둘은 학교 때문에 타주로 가버리고 남편은 출장이 잦아 집을 자주 비우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나만 이 집을 지키고 있자니 적잖이 외로운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마 한국에서 온 강아지 한 마리와 둘째가 잠시 맞겨놓은 강아지가 컹컹 아마존 아저씨의 방문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서 잠시나마 시끄러운 소리를 낼뿐... 조용한 아들과 그리 재미없는 내가 그야말로 조용히 이 집을 지키고 있었더랬다.


그러다 아이들이 오니 집이 북적인다. 집이 집다워지는 일 년 중 몇 번 안 되는 날이다. 



옛날 우리 집 식구가 8명이었다. 내가 막내인 관계로 모두가 시집 장가를 가고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나만 엄마 아빠와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재미있거나 해피한 얼굴로 살지 않았던 때라 학교에 다녀오면 그저 방에 들어가 있었고 친구가 생기고는 방에서 전화 수다로 하루를 보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고 보니 엄마도 나처럼 이런 명절에 자식을 꽤나 기다리고 이렇게 북적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맛있게 먹는 소리만 들어도 즐거우셨을 텐데 왜 그때는 엄마의 마음은커녕 엄마의 한숨소리, 엄마의  한번 제대로 봐주지 않았을까? 조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솔직히 난 요리에 자신이 없는 엄마다. 모든 엄마는 요리를 잘할 거 같고, 모든 엄마는 요리를 즐겁게 만들거 같고, 세상의 모든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없는 음식 솜씨도 훨훨 날아 금방 뚝딱 잘 할거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엄마가 그렇지는 않다. 일단 나 같은 경우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스럽다. 그래서 일단 아이들한테 묻는다.


'애들아  먹을까'? 그럼 아이들은 반응이 없다. 아이들도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 나는 또 이렇게 묻는다. '애들아  해줄까? 먹고 싶은  없니?' 그럼 이렇게 대답한다. '엄마 아무거나....' 하... 이런 대답이 가장 어렵다. 음식점에 가서 아무거나 시키라는 말이 제일 어렵지 않은가?


그럼 나는 고민에 빠진다. 일단 냉장고를 열고 한참을 고민한다. 뭐가 있지? 없으면 냉동실문을 열고 한참.....이렇게 고민하고 찾다가 결국에 인터넷을 뒤진다. 골라잡자...


그러다 오늘은 백집사의 닭볶음탕에 꽂혔다. 그래 오늘은 매콤한 닭요리를 해보는 거야.

'애들아 오늘은 닭요리(어차피 닭볶음탕이라고 하면 무슨 요리 인지도 모른다)할 건데 어때?' 일제히 대답한다. '네 엄마~~~' 그래 녀석들아, 너희들은 입만 벌리거라 이 엄마가 어떡해서든 맛난 요리를 물어다 주마 ㅎㅎㅎ


그렇게 해서 오늘은 닭볶음탕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서 식탁 위에 올렸다. 똑똑한놈 3가지면 성공인데 난 딱 한가지다. 어차피 둘째 아이는 채식주의라 내가 어떠한 요리를 하더라도 따로 먹어야 하기에 둘째를 위해서는 간단한 유부초밥과 치즈떡을 구워서 따로 주었다. 일단 우리 큰아이의 입맛은 완전 토종이라 웬만큼 짜고 매우면 한국 음식이라 치고 잘 먹고 막내는 그동안 내가 자기 위주로 미국 음식을 해주는 버릇으로 이런 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터라 소스가 해비 하다며 거의 먹는 둥 마는 둥이다.. 그냥 볼 수가 없지. 닭볶음에 치즈떡을 넣어 다시 살짝 끊여 거의 떡볶이 맛이 나는 떡을 밥과 함께 먹었다.


4명이서 먹는 식탁에 동서양이 갈렸고 거기에 한 명은 완전한 채식이니 한자리에 모였지만 따로국밥이 된 식탁이다. 먹는 거는 모두 달라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아이들끼리는 영어로 말하다가, 나랑 한국말로 하다가, 강아지가 식탁에 얼굴을 디밀고 혀를 날름거리면 또 귀엽다고 한바탕 웃고, 이 강아지가 이쁘다, 아니다, 우리 강아지가 이쁘다, 큰 아이랑 더부살이하는 고양이까지 합세되면 이건 사람끼리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건지, 사람들이 동물과 대화를 하는 건지, 밥이 입으로 가는 건지, 입이 밥을 가져가는 건지, 오랜만에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내니 배가 호강을 한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과연 틀린 말이 아닌성싶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지만 잘한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말할  있다.


내 몸으로 아이 셋을 이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이다.막내를 임신하면서 아들 욕심 때문에 또 낳는다는 것이 큰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또한 세상에 한번 태어나면 다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나, 그 험한 시간들을 견뎌야 하기에 저 어린아이에게 괜한 세상으로의 인연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밝게 비추어주고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세상을 발전시키는 일을 할 수 있는 아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런 사람이 된다면 내가 이 아이들을 세상에 내놓은 훌륭한 엄마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니 그리 세상과의 인연을 나쁘다 말할 수 없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부모가 이 세상에 없다 하더라도 좋은 친구이자 동료가 될 수 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형제가 있어 그리 외롭지 않을까 위안해본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 자기들끼리의 자유로운 삶을 살다 집으로 돌아와 집의 따뜻함에 안식을 취하게 할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회귀본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집 떠난 자식이 명절마다 선물 꾸러미 들고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도 기어이 집을 찾는 일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집으로의 회귀본능이다. 알에서 깨어난 연어가 강을 내려가 드넓은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4년 뒤 다시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꿀벌은 꿀을 찾아 멀리까지 갔다가도 반드시 다시 집으로 되돌아온다. 동물들도 이러할진대 사람은 멀리 떠나갔다가도 GPS를 갖고 있는 것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회귀본능이 있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나의 회귀본능은 한국이다


나 또한 미국에서 산지 거의 20년이 되었는데도 내가 마지막에 눈을 감을 곳은 한국에서라는 막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이 땅에서 살고 있고 결국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린다면 나 또한 아이들 옆에 있어야 하겠지만 나의 회귀본능은 한국이다.


그렇게 중요한 회귀본능 중의 하나가 이런 대명절에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건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소규모로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추석명절에 어른들이 집으로 오지 않는 게 효도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죄스러움을 덜어내려는 마음을 내보이며 서로 쓸쓸한 추석을 보냈다고 뉴스를 통해 들었다. 여기에선 어이없게 트럼프는 모두모여 추수감사절을 행복하게 즐기라 말하고, 바이든 당선자는 모이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말을 했다.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는 각자의 가정에 맡겨지는 일이 되었는데 바이든의 말이 천부당만부당 맞는 말이다.


우리 집 역시 불안전한 비행이었거나 이동이었다면 분명 집에서의 명절모임은 자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국 시민이 트럼프 같은 식의 코로나 대응을 한다면 영원히 회귀본능을 억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해가 아니라 내년에도 회귀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백신이 나온다는 말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가느다랗게 새어 나오긴 했는데 이 또한 모든 사람의 인식이 제대로 박혀있지 않으면 단지 희망에 그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이 바통을 이어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트럼프가 바통을 줄까 말까 줄달리기를 하고 있어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바이든이 코로나 19를 이겨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 이면에는 바이든의 힘이 조금은 안정감을 주고 있고 더불어 백신이 여기저기에서 개발되어 잘하면 내년 5월경에는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게 되어 코로나 19 이전의 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희망 메시지를 내놓았다. 야호....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싶지만 그런 희망을 깨고 싶지는 않다. 지금 같아선 5월이 아니라 내년 연말까지 만이라고 확실한 코로나 이전의 생활만 약속한다면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난 제일 먼저 나의 회귀본능을 한국 여행으로 쓸 예정이다. 물론 우리 아이들의 회귀는 집이라서 내가 없는 집으로 오면 큰일이지만 말이다..


미국의 회귀는 코로나 이전의 미국이겠지만 트럼프 이전으로의 회귀가 더 성급한 문제다. 코로나 19가 창대한 금년 2월 우한 바이러스라고 트럼프가 떠들었던 그때, 그때 트럼프가 나서서 마스크를 쓰라고만 했어도 지금의 코로나 19로 인한 숫자가 결코 사실이 아닌 그저 공상 만화에나 나올법한 상상 속의 숫자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망할 놈의 입으로 코로나 19는 감기보다 약하게 그냥 사라질 거라는 말만 안 했어도 이 정도로 미국 사람들의 민낯이 미개하게 나오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지나간 일은 잊자. 바이든 시대가 시작되었고 바이든의 주름진 얼굴에서 풍부한 인내와 살아온 경험치로 인해 희망의 나라로 탈바꿈시킬 빛이 나오길 빌어 본다. 제발 우리 아이들이 이런 명절에 마음 놓고 기쁜 마음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나와 같은 부모들은 마음껏 아이들을 맞이할 수 있게 집을 단장하고 맛난 음식으로 그동안 수고한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오길를 바란다. 우리 모두 행복하고 밝은 희망찬 회귀본능을 그저 본능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PS : 원래는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곧바로 학교로 돌아가는 바람에 아쉬움이 잔뜩이었는데 코로나로 내년 1월까지 집에 있겠다는데...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 미리 걱정되는 건 나뿐일까??


집에 온 큰아이와 대학 탐방 데이트 했어요 함께 구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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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ZxVkAKlQv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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