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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Sep 24. 2023

추석 되기 전 '열쇠수리공'이 됩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명절연휴, 제사 지내기, 고향에 계신 부모님 방문하기, 가족여행 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석 하면 이런 것들을 생각할 것이다. 찜질방사모님(자칭. 만능 수리공 박반장)은 생각한다.


'열쇠를 고칠 때가 되었군.'


매년 의례적으로 하는 일이다. 손님이 뜸한 여름철이 지나 날씨가 조금 쌀쌀해진다. 명절 연휴 추석을 앞두고 있다. 그러면 반드시 손봐줘야 하는 것들이 여러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옷장과 신발장을 고치는 거다.

옷장, 신발장을 수리하는 데는 많은 소모품과 장비가 필요하다. 일자(-), 십자(+) 드라이버, 육각렌치, 롱로우즈, 가위, 네임펜, 마스터키, 교체하는 열쇠, 옷장 안 열쇠걸이, 열쇠용 팔찌, 나사, 경첩, 기타 부자재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게 필요하다 보니, 보통 몰아서 한 번에 수리한다.  조금씩 손봤으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을 텐데, 손봐야 할 것들이 많이도 쌓였다.




애들이 등원을 하고 하원하기 전까지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ㅡ4시간 정도 된다. 그렇게 3일 정도가 필요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고장 난 이유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나사 조이기부터 열쇠교체, 복잡하고 힘든 경첩교체, 새로운 열쇠 팔찌 만들기를 한다.


일단, 고치기에 앞서 기운내기 위해 여탕 매점에서 '사박이' (사이다+박카스)를 산다. 포박이(포카리+박카스), 데박이(데미소다+박카스)도 먹어봤지만 역시 맛난 건 '사박이'다. 사박이를 사면서 잠시 생각한다. 콜박이(콜라+박카스), 맥박이(맥콜+박카스), 웰박이(웰치스+박카스)는 없을까? 나중에 제조해서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다시 열쇠 고치기에 집중해 본다.




열쇠가 안 잠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보통  옷장이나 신발장 안에 있는 열쇠 걸이에 나사가 헐거워져 있을 때다. 그때는 나사만 조이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이때, 마음속으로 '오ㅡ예. 나이스'를 외친다. 제일 간단히 고칠 수 있다)


그다음 힘든 건 열쇠를 교체하는 일이다. 열쇠가 부러지거나, 휘거나, 녹슬거나 했을 때는 무조건 열쇠를 교체해야 한다. 신발장과 옷장 키가 같으므로 세트인 열쇠걸이를 이용해서 교체한다. 기존에 신발장에 열쇠를 십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뺀다. 옷장에 열쇠를 육각렌치와 일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뺀다. 그리고 새로운 열쇠를 연결한다. 새로운 열쇠에 빨간 여탕 열쇠 팔찌에 연결하고 꽂아주면 된다. 이 때는 롱로우즈가 필요하다. 숫자가 적혀있는 작은 홈에 롱로우즈를 이용해 팔찌고무를 끼어준다. 어렵진 않지만 1개의 열쇠를 교체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게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한다. 가내수공업이 따로 없다.


카운터에서 힘들어 보이는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카운터 직원 : "잠깐 단기 알바로 열쇠를 고치시는 분한테 일 시켰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 : "여탕인데 누구를 시키겠어요. 오히려 제가 알바 가야겠는데요? 여탕 전문 열쇠수리공으로요." ^^


단기 알바를 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이 일을 할 때 가장 힘든 게 남았다. 바로 '경첩 바꾸기'이다. 문을 열고 닫을 때 필요한 부속품인 경첩은 생각보다 힘이 든다. 신발장 안에 경첩은 웬만하면 바꿀 일이 없다. 옷장 안에 경첩은 문을 여러 번 열고 닫다 하다 보니 경첩이 헐거워져 나사가 풀리는 일이 많다.


경첩은 옷장마다 3개씩 있다. 1개만 경첩을 바꿔야 할 때는 그래도 할 만하다. 2개의 경첩이 고정되어 있으니 나머지 1개는 바꾸기 수월하다. 다만 경첩이 처음에는 단단하므로 손가락이 찝히지 않게 장갑을 끼고 조심해서 해야 한다. 나사만 풀러 나사만 조이면 되는 거다. 그런데 간단하지 않다. 보통 나사가 풀렸을 때는 나사 구멍이 커지면서 풀린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새 거로 교체해도 나사가 헛돌아서 고정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나사를 조금 더 큰 것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계속 구멍을 크게 만들면 나중에 감당이 안되므로 이럴 땐 구멍을 메워주기를 시도한다.



[ 박반장 깨알 수리팁 ]

나사구멍이 커져서 나사가 헛돌 때 해결방법은?


커져버린 구멍에 '나무젓가락'이나 '면봉'을 이용하여 구멍을 메워준다. 그러고 나서 똑같은 나사로 고정을 하면 공간이 좁아졌으므로 나사가 헛돌지 않는다. 나무젓가락인 면봉, 이쑤시개 같은 것을 이용한다. 일상생활 속 나사가 헛돌 때 이 방법을 이용해서 나사를 조이면 단단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



이론은 알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가 않다. 구멍의 홈 깊이가 깊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이나 면봉을 구멍에 넣고 경첩에 걸어서 부러뜨린다. 그리고 나사를 조여 고정한다. 



경첩 고치기가 힘든 건 2개, 3개의 경첩이 고장 났을 때다. 문 무게도 상당한데 그 무게를 버티며 해야 하니 더 어렵다. 그나마 아래층은 작업하기가 쉬운 편이다. 그런데 위층을 할 때는 올라가서 작업해야 하므로 더 쉽지 않다. 그중에서 제일 힘든 곳은 맨 가장자리 구석에 있는 좁은 옷장을 할 때이다.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좁은데, 육중한 몸을 비집고 들어가서 해야 하니 더 어렵다. (이래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건가^^;; ) 


특히나 손님들이 있는 공간에서 하는 것이므로 눈치 봐서 손님이 몰려있는 공간은 피해서 한다. 열쇠를 고치다 열쇠가 안 잠긴다며 얘기하는 손님은 바로바로 출동(?)한다. 그렇게 명절 전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열쇠를 고치는데 찜질방 초창기 때부터 단골인 손님이 한마디 하신다. 

손님 : "여기저기 다 고치는 거예요? 애기였는데, 많이 성숙해졌네~^^"

나 : ^^ (눈웃음으로 대답한다)


열쇠수리 말고도 여탕 안에는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점점 수리하는 스킬을 업해서 진짜 만능수리공 박반장으로 거듭해야겠다. 



우당탕탕 좌충우돌 고치는 여자의 에피소드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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