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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Jun 26. 2023

사모님 빨래방으로 출근합니다.


사모님의 N잡러는 어디까지일까.


이번에는 빨래방이다.


빨래방 직원분이 뒤늦게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 찜질방 안에 직원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신다. 그런데 연중무휴, 24시간 돌아가는 시스템이니 자리를 비울 때 누군가는 메꾸어야 한다. 그 역할은 보통 남편과 내가 한다. 카운터 직원분이 무슨 일 생기면 카운터를 본다. 새벽에 근무하기도, 낮에 근무하기도, 밤을 새워 보기도 한다. 그 외 한증막에 불 때는 일, 청소 등 빈자리를 채운다. 평소에도 빨래방 직원 휴무 일 때마다 빨래를 해왔던지라 어색할 것도 없었다.






빨래방이라고 하면 굉장히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결코 아니다.


'빨래를 하고 건조기 돌려 마른빨래를 예쁘게 개기'인 것은 맞다. 그런데 규모가 일반 가정집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단 세탁기 규모도 3~4배는 크다. 단시간 내에 많은 빨래를 해야 하니 클 수밖에. 그것도 젖은 빨래를 넣어야 하니 쉽지가 않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다. 젖으면 무게가 배가 되는 젖은 솜이불 몇 개를 넣는 느낌이랄까? 힘 좀 쓴다는 장정들이 와도 젖은 빨래를 한 번에 많이 넣고 나면 지치기 마련이다. 다른 것 보다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젖은 빨래를 50kg 사이즈의 대형세탁기에 꾸역꾸역 넣는다.



빨래방 대형세탁기



또 빨래가 끝나고 나면 물기를 짜면서 엉키고 무겁게 젖은 빨래들을 건조기 3개에 나누어야 한다. 건조기도 대형이다. 이때 한꺼번에 너무 많이 건조기에 넣게 되면 잘 말리지도 않고 꿉꿉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양 조절을 잘한다.


그렇게 건조기에 들어가면 온도 체크를 잘해야 한다. 가정집 건조기처럼 시간 되면 다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온도가 올라가는 빨래들을 중간중간 문을 열어 다 말랐는지 체크해 본다. 그냥 두면 온도가 너무 높아져 빨래가 탈 수 도 있고 기계가 망가질 수 있다. 그래서 온도 체크는 수시로 해야 한다. 110도 전 후 정도에 빨래를 만져 보아 잘 말랐는지 확인한다. 이때 체크할 부분은 티셔츠의 목 부분과 바지의 고무줄 부분이다. 다른 부분은 뜨거워서 판별이 안되는데 이 부분을 잘 만져 보아야 한다. 그렇게 다 마른빨래는 굉장히 뜨겁다. 화상 입지 않게 조심하며, 정전기와 사투를 하며 건조기에서 꺼낸다.


빨래방 대형 건조기





색깔별로 크기별로 분류해서 개기


그러고 나서는 분류를 한다. 수건끼리, 황토색인 남자옷끼리, 분홍색인 여자옷끼리, 아이들 옷끼리. 그리고 또 티셔츠와 바지를 분류한다. 그리고 나면 바지를 접으면서 크기별로 분류하며 접어둔다. 티셔츠를 반 접으면서 같은 사이즈의 바지를 껴놓으며 빨래를 갠다. 10개가 쌓이면 노끈으로 꽉 묶는다. 이 때 야무지고 힘세게 묶는 스킬이 필요하다. 단순 노동이지만 야무지게 하지 않으면 깔끔하게 되지 않고 빨래가 잘 풀리기 때문에 힘껏 한다. 수건도 잘 펼쳐서 높이 높이 쌓는다. 150장 정도 쌓고 나면 노끈으로 세게 묶어 고정한다. 그렇게 무한 반복. 무한 반복. 무한 반복.


깔끔하게 정리된 옷들



건조기가 계속 돌아가니 더운데 무더운 여름엔 더 찜통이다. 더위와의 사투에서 옷이 살에 들러붙을 정도로 앉아서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다 하고 나면 시원한 물종류만 찾게 되고 탈수되는 것 같다. (빨래방 직원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꾸벅)






찜질방 빨래들을 하느라 우리 집 빨래는 뒷전이다. 항상 건조기에서 꺼내온 옷들을 점프대 위에 올려놓는데, 어쩔 때는 몇 날 며칠 그곳에 있다. 다른 일들을 하느라(아니, 미루고 미뤄서^^) 건조기에 빼온 빨래더미를 개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이다. 이럴 때 같이 미뤄놓고는 깐죽대는 남편이 있다.





방치되어 있는 우리 집 빨래더미들




아빠 : "얘들아. 우리 집은 신기한 게, 필요한 거 있으면 여기서 다 찾아 입어야 돼. '보물찾기' 하듯이.

 나시, 양말, 팬티까지 말이야. 어디 양말을 찾아보실까. 짝꿍이 어디 있나~. 찾았다. 여기 있다!!"


아들 : "아빠 나도 찾아주세요. "


아빠 : "네가 찾아. 임마."


아들 : (진짜 보물을 찾은 것처럼 해맑게 웃으며) 나도 찾았다. 오-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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