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몽 박작까 Jan 05. 2023

동파된 세탁기 배수관 고치는 여자

세탁기동파방지, 해결방법

겨울철 안내문자가 계속 날아온다.


[행정안전부] 아침기온이 중부지방 영하 10도 내외로 춥겠습니다. 동파가 우려되는 주택에서는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 물이 흐르도록 하여 동파를 방지하시기 바랍니다.


 결혼 전에는 이런 문자를 받아도 감흥이 없었다. 너무 추울 때는 세탁기 사용에 제한 있겠구나 정도였다. 그런데 찜질방 사모님 (찜질방 여탕수리공)이 되고는 이런 문자가 달갑지 않게 되었다. 추운 날씨에 수도관 걱정은 물론이고 세탁기 배수관이 얼진 않을까 걱정하게 되었다.


 일명 찜질방은 '물'장사이기 때문에 수도관, 배수관 관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겨울철 동파방지방법

1) 수돗물을 약하게 틀어놓는다.

수돗물을 장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얼어버린다.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도꼭지를 열어 수돗물을 약하지만 지속적으로 흐르게 해야 된다. 

2) 수도계량기는 못쓰는 이불 등으로 감싸준다.

3) 세탁기 배수관은 세탁기 호스 보온커버를 덮어준다. 

파이프 보온커버인데 배수호스의 사이즈(약 26~30mm)에 맞춰 잘라 감싸주면 된다. 다이소나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참고로, 가정용 세탁기가 동결(세탁기 내부의 잔수가 얼어 작동을 멈추는 일) 현상이 일어나면 이렇게 하면 된다. 50-60도의 물을 세탁통에 70% 이상 채워지도록 부어준 다음 세탁기 문을 닫고 1-2시간 정도 기다려주면 서서히 녹는다. 세탁기 하단 서비스커버를 열어 잔수제거호스를 통해 물을 모두 제거해 준다. 물을 제거 후 헹굼 코스를 통해 세탁기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한다. 



여느 날처럼 추위에 미리 대비하며 동파방지에 힘쓰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뉴스를 접했다. 사시사철 무덥기로 유명한 아프리카 사하라와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사막에 눈이 내렸단다. 세계적으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강추위가 거듭되던 어느 날이었다. 



 잘 사용하던 세탁기가 안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도꼭지 동파예방을 위해 물을 조금씩 틀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직원 한분이 모르고 수도꼭지를 잠근 게 화근이었다. 모든지 잘 고치는 신랑과 함께 세탁기 배수관을 녹이러 갔다. 뜨거운 물도 부워보고 드라이기와 히터도 동원해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열풍기를 구입했다. 호스, 배관 전용 히터건이다. 최대온도가 650도 까지 올라간다. 열풍기에 희망을 걸고 계속 녹였지만 녹이기 실패했다. 찜질방 비품창고에 있는 세탁기 배수관은 다른 곳 보다 배수관이 길게 빠져있기 때문에 더 쉽지 않았다. 결국 배관을 잘랐다. 잘라서 녹이고 배관 안에 꼬챙이를 넣어 얼음도 깨트리고 험난한 작업이 시작됐다.


수독꼭지 부분은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얼음을 녹인다.
히터건으로 녹이고 배수관의 얼음을 깨뜨린다



신랑이 했다가 너무 힘들어해서 내가 손 바꿔하고 두 시간 동안 반복했다. 힘든 과정이지만 얼음이 빠져나올 때 그 희열감이란. (언제부터 내가 이런 거에 희열을 느꼈던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를 할 때 힘들어도 해결되는 과정이 신기하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가능해질 때의 그 짜릿함이 있다. 고급기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술을 하나 더 획득했다는 뿌듯함이 있다.(수리공이 체질인 건가. 전생의 직업이었던 건가.)



신랑은 힘들어 아무 생각 없었는데,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힘들지만 신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초짜는 초짜. 결국 일을 냈다. 열풍기 뜨거운지 모르고 계속 일하다 내가 입고 있던 롱패딩에 살짝, 아주 살짝 닿았는데 바로 구멍이 나버렸다. 처음에는 하얀 것이 묻은 건가 하고 지우려고 했는데 하얀 털이 자꾸 빠지고 있는 이 상황. 자꾸 빠져서 날리길래 임시로 검은 전기테이프로 붙여주어 집에 왔다. 



열풍기에 살짝 닿았는데 결국 구멍난 내 패딩. 솜이 자꾸 빠지길래 전기테이프로 급 고정.



동파된 배수관 고치는 일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잘 입던 롱패딩에 구멍하나 만들고.(훈장이라고 해야 하나) 


매서운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이전 07화 추석 되기 전 '열쇠수리공'이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