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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Dec 26. 2022

도전하는 용기ㅡ공인중개사

갭투자사기꾼조심하세요

본캐는 간호사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결혼 후 육아만 하다 세월이 흘렀다.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뇌는 텅텅 비어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육아만 하고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기보다는 뉴스도 안 보고 살았다. 육아,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없고 엄마의 삶만 살아가는 이 느낌. 이런 느낌이 죽기보다 싫었다. 나이는 먹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초등학생, 유치원생 아들보다 세상을 많이 안다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               

이대로 가다간 눈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에서 코가 베일 것 같았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물 반 고기 반 아니고 사기꾼이 반이라는 말도 있는 사기 공화국에서. 사기꾼이 판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금융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년 전에 사기꾼을 만난 적이 있다. 이마트에서 부동산 강의를 해준 사람이다. '소액투자로 시작하여 건물주 되기'라는 주제였다. 아주 솔깃했다. 강의를 듣고 나면 나도 건물주 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 사람 사기꾼이었다. 부동산 정보를 주는데 그 정보가 사기꾼이 되라는 말 같았다. 갭 투자비법, 전세를 경매가로 넘어가게 해서 싸게 사는 방법. 이런 얘기들이었다.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게 맞나 싶었다.      



그때는 사기꾼들을 분간할 눈이 없었다.

그 상태에서 그 사기꾼 이야기를 듣는데 공부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모르는  너무 많았다.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불안하기 시작했다. 노후도 걱정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인생을 낭비한 노인으로 살아갈 것 같은.      


아이를 키워봐야 철이 든다는데, 이제 철이 들기 시작하는 걸까?      



자격증을 따서 개업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무식을 탈피하고자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제일 취약한 분야부터 도전해 보고 싶었다. 경제, 부동산 분야. 너무 무지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대학에 다닐 때는 간호학 공부만 하고 봉사활동만 전념했다.

(참 재미없게 대학 생활을 했다. 대학생이지만 고등학생같이 시간표가 다 짜여있는;;) 취업하고는 병원에서 3교대로 병원-집-병원-집으로 병원밖에 모르는 폐인 생활을 하다 결혼했다. 결혼해서는 육아만(그것도 무식한 책 육아로 아이도 나도 고생한 융통성 없었던 시절. 책 육아의 폐해 이야기는 내가 제일 일인자라 나중에 써 볼 예정이다.)      

          





좁은 시야를 갖고 살았던 것 같다. 세상은 이리 넓은데 참 '' 분야밖에 모르는 외골수.      

나름 집중(All-in)한다고 했던 건데, 집중이 아니라 외골수였다니.         

      

에듀윌의 평생회원이 되었다. 서경석 씨가 '공인중개사 합격은 역시 에 듀 윌!'이라고 광고하며 많이 들었던 익숙한 사이트에서. (한번 들으면 종일 따라 하게 되고 머릿속에도 빙빙 남게 되어 수능 금지곡으로도 불렸던 노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경제나 경영 지식 없어 어려웠다. 뉴스, 신문도 읽지 않은 채 부동산학개론, 민법 책은 눈물 나게 어려웠다. 고등학생 시절 문과 과목 싫어서 이과 간 사람이었다. 책을 읽어도 읽히지 않았다. 기초과정 강의를 들으면 이해가 가다가도 듣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 같은 신기함)                



그래도 열심히 들었다. 아이들 유치원 갔을 때, 잘 때 열심히 들으며 공부했다.


과연 결과는?


결과는 실패. 취약분야였던지라 자신도 없었지만, 이거야말로 집중하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 키우며 육아, 살림을 병행하며 취약분야에 성공하기란 전혀 쉽지 않은 길이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의미 없는 도전이었을까?      


실패했지만 나는 좋았다. 시야가 확실히 넓어진 것 같다. 병원밖에 모르고 육아밖에 몰랐던 나였는데, 다양한 사회, 경제 흐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경제신문 읽기를 도전하게 되었다. (이해 안 가는 기사가 너무 많고 용어도 어렵지만, 까막눈 한글 깨치듯이 공부하고 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단순 노동. 가사업무가 덜 힘들게 느껴진다. (지금도 귀찮고 누가 대신해줬으면 싶지만) 집안일이 어렵게 고민하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마음은 편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실 하나.


나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부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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