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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Oct 11. 2023

부업은 강사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간호사를 그만두었다. 찜질방집 며느리가 되고 아이를 키우며 찜질방 작은 사모님이 되었다. 무늬만 사모님일 뿐 실상은 여탕 내 N잡러 수리공이다. 고칠 것들을 고치며 기술을 키워가다, 갑자기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간호학원 강사다. 강사가 된 배경은 '코로나'다.


코로나로 찜질방이 휘청했다. 2019년 12월에 시작된 코로나가 지속될수록 찜질방은 더욱 힘들어졌다. 땀과 비말이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중목욕탕은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약 40%의 대중목욕탕이 폐업되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동네에서 볼 수 있던 목욕탕의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는 거다.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끊긴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으로 유지비 마저 대폭 상승했다. 심각한 위기였다. 어머님은 계속 적자를 보며 대출을 받아 유지하다 그것도 힘들다고 하셨다. 점점 폐업의 위기가 가까이 오고 있었다. 결혼 후 간호사를 그만두고 9년이나 경단녀가 되었다.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사실 다시 내 본업인 간호사가 되려고 했던 건 처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크면서 일에 대한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면서 그 욕망을 잠식한 건 아무래도 아이들 케어였다. 대학병원이 아니라 동네 작은 병원으로 눈을 낮추면 재취업은 가능했다. 그런데 보통 9시부터 7시까지 근무하는 특성상 어린아이 둘을 키우며 병원에 다시 가는 건 쉽지 않았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워킹맘이 되는 것은 주변에 도움이 필요했다. 다시 병원에 돌아가려면 애들이 중학생은 돼야 할 텐데. 그때 내 나이는? 간호사로 경단녀로 오래되었는데 할 수 있을까? 였다.


단순히 내 커리어를 위한 도전에는 주저했다. 그러다 생계가 위협되니,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간호구인구직사이트인 '널스잡'을 기웃되기 시작했다. 그러는 시기에 친구의 인스타에서 이런 메시지를 보았다.



"학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선생님 수업내용은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아요. 열정적으로 강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증을 못 참는 나는 바로 물어보았다. 무슨 일을 시작하였길래 이런 좋은 메시지를 받았는지 말이다. 친구는 간호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와 대화하며 자세히 일에 관해 물었다. 생각보다 강의 준비 시간 길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힘들기도 한데, 그만큼 보람도 되고 재밌다고 했다. 마침 학원에 그만두고 싶어 하는 선생님이 있다면서 일하고 싶으면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원장님과 면접을 보고 다행히 합격하여 바로 한 달 뒤 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인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만두려고 했던 강사님이 그만 안 두고 다시 강사일 하겠다고 하셨단다. 내가 면접을 본 지 일주일도 안되었을 때다. 일주일만 늦게 얘기했어도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는 일하지 못했을 거다)


그렇게 운 좋게 타이밍 좋게 부업을 하게 되었다. 다소 이질적인 간호강사라는 일로 찜질방 여탕수리공의 다양한 N잡러 박반장의 새로운 일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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