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몽 박작까 Oct 11. 2023

강의할 땐 정장. 수리공일 땐 후줄근한 운동복

'퍼스널 브랜딩' 그게 뭔가요?

결이 다른(?) N잡러의 삶이란 특별하다. 평소에는 후줄근한 운동복 차림으로 찜질방을 살핀다. 그리고 강의를 갈 때는 격식에 맞게 깔끔하게 입는다. 참 이질적이다.


강사를 하기 전에 내 옷스타일은 보통 무채색의 운동복이었다. 찜질방에 갈 때 복장은 절대 화려하지 않다.  뭐 고장 난 게 없나 둘러보다 고칠 게 있으면 바로 고쳐야 하는데 예쁜 옷은 거추장스럽다.


' 모두 옷을 안 입고 있는 탕 안에서 옷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눈에 띌 수밖에. '


그래서 탕 안을 점검하러 갈 때도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선택한다. 물이 튈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서 면보다는 방수재질이 좋다. 수도꼭지라도 고치는 날에는 '맨발의 청춘'이다. 고치다 보면 덥기 때문에 검은 반팔, 검은 반바지가 최고다. 더러운 게 묻거나 할 때 얼룩이 지워지지 않을 수 있어 검은색 옷이 최고다. 그렇게 예쁘고 화려한 색깔의 옷, 치마들은 사치였고 불편한 옷이 돼버렸다.





두근두근 떨리는 강의 첫날. 하루 종일 6시간 동안 강의를 해야 했다. 그래서 편한 남방에 니트 조끼, 검은 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갔다. '강의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학원에 도착했다. 앞에 학생들이 들어가며 출석부 카드를 찍고 있었다. 그런데 실장님이 나에게도 카드를 찍으라고 했다. 처음 강의하는 강사를 보고 학생인 줄 착각한 거였다. 어려 보여서 그런 게 아니었다. 강사로서 포스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때 깨달았다. 옷도 갖추어야 할 예의라는 것을.


후들후들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고 책 읽듯 강의를 했는데, 옷도 학생 같은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전문성과 신뢰를 주어야 할 첫 강의에서 "나 오늘 첫 강의예요. 처음 하는 거 많이 티 나죠?"라고 온 동네 소문내고 있었다.


다음 강의 때는 가지고 있던 옷 중 제일 화려한 옷을 선택했다. 결혼할 당시에 샀던 예복이었다. 화려한 예복을 입고 가니, 강의할 때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희한한 일이었다.




내가 보이기 원하는 나로 남들이 볼 수 있게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이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한다. '내가 보는 나' 말고 '남이 보는 나'에 관해 관심이 생겼다. 그전까지만 해도 '남이 보는 나'는 화려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은 고치는 사람이었다. 강사가 되고 나니 '남이 보는 나'를 대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전문적이고 신뢰 가득하고 설명 잘하는 강사 이미지가 되고 싶다. (물론, 질 좋은 강의가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브랜드는 브랜드를 만든 당신이 말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브랜드는 브랜드를 선택한 사람들이 말하는 그 무엇이다.'


-마티 뉴 마이어 저서. <브랜드 갭> 중-


이전 11화 강사로서 이상과 현실의 차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