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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Oct 12. 2023

전직 간호사가 찜질방 일하기 좋은 이유

전혀 다르지만 묘하게 닮았다

대학병원 간호사와 찜질방에서 일하는 것. 공통분모가 전혀 없어 보이지만 묘하게 닮았다. 그래서 전직 관련 일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아니 내가 경험했던 일이라 자연스레 공통점을 찾았다고 할까? 간호사였기에 찜질방일을 할 때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


첫째. 비위가 좋다 (좋아야한다)


간호사 시절, 환자들의 관장을 하고 대소변 기저귀를 정리하고 했다. 그래서 비위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좋은 편이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터득한 비위(?)였다. 그런데 이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


여탕 안에 화장실 변기가 막히면 주로 청소이모님이 해보신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는 건 도움을 요청하신다. 여자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으니, 청소이모님 다음은 내가 뚫어봐야 한다. 변기를 뚫는 요령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냥 막힌 변기를 뚫릴 때까지 뚫어야 한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찌 됐든 비위가 좋은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둘째.  3교대 근무를 했어서 교대근무의 고충을 안다.


 365일 아픈 환자를 돌봐야 하는 환자를 간호하기 위해 간호사는 3교대로 돌아간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라는 근무환경이 있다. 한 달에 한번 근무표를 짜주시면 그 날짜에 맞는 근무를 하는 구조다. 그때 밤을 새우며 일을 많이 했다. 교대근무의 특성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자들이 많은 간호사세계에서 특유의 시기, 일 미룸, 태움 등을 경험했다. 이런 점들이 도움이 된다.


 24시간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찜질방. 이곳은 4 교대로 근무를 한다.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나오지 못하는 직원분이 생기면 대신 근무를 해야 한다. 그때는 카운터 직원이 되는 거다. 아침이나 낮에 카운터 업무는 대게 비슷하다. 야간에 밤을 새우는 건 리듬이 깨지는 일이라 쉽지 않다. 그런데 밤을 새우는 일을 해봤던 터라 할 만하다. 카운터 밤샘 근무는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아 내 시간을 보내면 된다. 책을 읽거나 보고 싶었던 영상을 보거나.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도 시간이 남는 느낌이다. 그리고 여자만 있는 직원들 간의 트러블을 해결해야 할 때도 전직 관련 일이 도움이 된다. 이미 병원에 있을 당시, 많이 겪었던 터라, 어딜 가나 힘들게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런 점들을 얘기 듣고 서로의 불평불만을 해결하여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 점은 수간호사선생님이 되어 보는 기분이랄까?)


셋째. 불평불만고객 응대를 할 수 있다.


간호사 시절. CS(고객 응대 서비스 교육, 친절교육)을 많이 들었다. 불만고객은 응대하기 어렵지만 그런 분들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평을 이야기해야 개선되는 문제점도 있다. 그래서 불평을 이야기하는 손님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편이다. 실제 이용하다 불편을 겪는 문제들은 남들도 느꼈지만 이야기 안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얘기 안 하고 안 오는 손님보다 얘기해 주는 손님이 더 애정이 있는 거다. (그 애정을 조금 과하고 격하게 얘기해 주셔서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손님들이 오히려 고마울 때도 있다.


물론 그런 불평을 늘어놓는 손님을 응대하는 것은 쉽지는 않다. (특히 버럭 화내며 쌍욕을 날리는 분이라면 정말 무서울 정도다;;) 그래도 병원에서도 많이 겪어본 일이라 응대하기 조금 나은 편이다. 불평불만을 많이 늘어놓는 손님은 결국 단골손님들이다. 자주 와서 이용하다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는 거다. 그래서 그 불편했던 점이 개선을 하고 나면 '라포'(상호신뢰관계)가 생긴다. 라포가 생기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그런데 이 라포가 생기고 나면 다른 불편한 점들을 화내지 않고 얘기해 주시는 단계가 된다. 그래서 매일같이 불평을 얘기하며 오는 손님이 있었는데, 이제는 서로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넷째. 새로운 시각으로 개선해 보려고 한다.


간호사 시절. 병동에서는 위원회가 있다. 그중 '창안위원회'라는 것이 있었다. 창안위원회는 기존의 간호시스템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아이디어를 내서 일의 효율성을 올리는 거다. 그래서 우리 병동에서는 얼음주머니에 찍찍이를 달아 고정하는 논슬립아이스백을 개발하여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찜질방에서도 매일 반복되어 사용해 오던 것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용할 까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한 게 목욕바구니 정리대를 마련한 거였다. 보통 좌식 샤워기에 자기 목욕바구니를 올려놓고 찜질을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면 좌식 샤워기를 다른 분들이 이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게 공용실에 찜질방을 이용할 때에는 목욕바구니를 특정 선반에 올려놓고 이용하는 거다. 아직 이런 문화가 자리 잡지는 않아 활성화는 되어 있지 않지만 배려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식으로 기존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선하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 외 간호사시절 배웠던 소방훈련대피, 소화기사용법, 심폐소생술 교육, 간단한 상처치료 같은 것들이다.




때로는 간호사였기에 불평불만 고객을 키운 적도 있다. 벌레에 물려 가려운데 물파스를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미 박박 많이도 긁어 물린 데가 붓고 상처도 생겼다. 물파스를 바르면 안 될 것 같았다. 잘못하면 피부염이니, 봉와직염이니 심하게 피부질환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물파스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손님은 빨리 달라고 완강하게 얘기하고 나는 안되다고 했다. 손님은 점점 언성이 높아지더니 버럭버럭 화를 냈다. 그래서 결국 그 손님 말대로 물파스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상황 종료. (휴;;)


간호사였어서 불편할 때도 있지만 도움 되는 것들도 많으니, 앞으로도 적극 활용하며 일해야겠다. 뜻하지 않게 N잡러가 되었지만 간호사 경력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 다양한 N잡러가 되는 그날까지(?)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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