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국과수 2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국과수에서 법의학자로 일하는 분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특별히 부패한 시신을 제일 많이 본다는 여성 법의학자의 일상이 눈에 들어왔다. 이분의 주변 물건들, 소품, 입고 있는 옷은 모두 핑크 계열의 파스텔 톤이었다. 파스텔 톤의 색을 좋아한다고 한다.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의 색이라도 따뜻하고, 예쁜 느낌, 밝은 기운을 주는 색이어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정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공황장애가 있다고 이야기하니 어느 형사분이 위로차 이야기 해주신 말이 생각난다. 서로들 이야기를 안 해서 그렇지 형사나 경찰 중에 공황장애 겪는 사람 너무 많다고. 매일 힘든 장면들을 계속적으로 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씀해 주셨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일반인이 간접 경험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빠지는 현상으로, 간접 외상이라고도 불린다. 사고를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언론매체를 통해 사고 장면을 보고, 비탄과 상실에 빠진 피해자들의 가족을 지켜보면서 자신 역시 심리적 외상을 겪는 것이다. 이 증상은 주로 잔혹한 사건ㆍ사고를 자주 접하는 경찰이나 소방관, 그 피해자들을 대하는 간호사나 심리치료사들에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리 외상을 입을 경우 ‘공포ㆍ무기력ㆍ분노→불안→불신’으로 이어지는 심리 변화를 겪게 된다고 한다.'<시사상식사전>
이렇듯, 법의학자의 경우 직업의 특성상, 부패한 시신들을 보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간접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나 또한 공황장애를 겪은 이후론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자연이 가진 초록색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었고, 식물을 키우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색은 사람의 시각이라는 감각 통로를 통하여, 감정과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시각은 신체에 자극을 통해 전달되고 마음, 감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두운 색을 보면 마음도 가라앉는다. 반대로 밝은 색을 보면 마음도 덩달아 환해지는 것처럼 색은 우리 일상에서 심리적인 작용들을 한다. 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색을 보며 살아간다. 패스트푸드점의 대부분 인테리어가 빨간 계열인데, 이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우리의 심리를 이용한 전략임을 안다면, 시각으로 인한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커피맛보다는 남의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컴퓨터 작업이나 과제를 하러 찾게 되는 스타벅스가 편하게 앉아 있는 걸 허용하겠다는 마케팅으로 안정감의 초록색 심벌과 편안한 밝은 브라운 계열의 인테리어를 전략으로 내 세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내면을 표현하고 표출하는 방법으로 나의 심리를 다스리는 방법도 있지만, 내 감정과는 반대되는 색으로 우리 주변을 꾸밈으로써 색의 기능을 역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변을 꾸미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입고 있는 옷의 색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의 경우 유독 검은색이나 어두운 계열의 옷이 안 어울리지만 튀지 않고 차분한 느낌이 들어서 자주 찾는 색들이다. 기분 전환용으로 밝은 류의 옷을 입었지만 나와는 퍼스널 컬러가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그 색으로 인해 하루가 불편함을 느낀다. 나와 퍼스널 컬러가 잘 맞는 색, 그리고 나의 심리상태에 따라 편안하게 느껴지는 색의 옷을 입어보는 것도 나의 내면에 안정감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내 주변의 색, 나와 접촉이 많은 사물들의 색을 통해 삶의 심리적 균형을 맞추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핑크스튜디오 / 앙리 마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