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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완 Jan 16. 2023

상자 속 아기(자작시)

사람들 사람들 2

검은 상자 속

등을 붙이지도 못한 채

지쳐 자는 널 보았어.

벼룩이 등을 물었다고 했어.

지옥 불에 데인 흔적처럼 남았어.

내 손 위 굳은살을 깎아

순한 연고를 발라

순한 옷을 입혀

밤새 네 등을 두들기고

밤새 네 울음 소릴 들으면

네 마음에 입은

불 자국이 가실까

내가 너를 키울까.

너의 소리 없음이 머릿속을 울려.


단상: 조카가 생기기 전에는 학대받은 아이들을 보면 ‘참 딱하다. 저 부모도 비정하다.’ 정도만 생각했다. 조카가 태어난 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우리 집은 조카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고, 조카는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다. 사랑받는 게 당연할 아이들이, 어째서 사랑을 알기도 전에 상처를 받는 것인지 마음이 쓰라렸다. TV로 처음 만난 이 시의 주인공은 부모의 방임에서 자란 6개월 아기였다. 부모는 아이의 옷을 단 한 번도 제대로 갈아입혀 준 적이 없었다. 지저분한 집에서 날뛰는 벼룩이 아이의 등을 물어 구조되었을 당시 아이의 옷은 누더기처럼 변해있었고 등에는 벌건 상처로 가득했다. 힘없이 자는 아기를 보면서 차라리 내가 데려와 키워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물 흘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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