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노트] 7. 국경을 건너 캄보디아로

6개월 배낭여행 노트: 캄보디아 - 시엠립

by 진보

국경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총촘(Chong Chom/O'Smach) 국경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오후 하나씩 있다. 보통 총촘 국경에서 시엠립(Siem Reap) 까지 이동하므로 대게 오전 버스를 탄다더라. 우리도 9시 버스를 탔다. 국경 사무소에 도착해 태국 출국 도장을 찍고 캄보디아 출입국 사무소에서 비자를 받았다. 출국 카드를 어쩌다 잃어버린 데이빗은 $10를 추가로 내야 했다. 정확히 어떻게 이 금액이 책정된 지는 알 수 없었다. 웃으면서 따지니까 좀 미안해 졌는지 한 직원이 헤이즐넛 커피를 권했다. 마침 커피가 당겼는데 맛있게 마셨다. 국경에서 비자를 받아 캄보디아 땅을 밟았다. 간단하게 닭꼬치구이(4개 $1)를 브런치로 먹고 시엠립으로 출발했다.


앙코르와트로 인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이는 시엠립에 도착했다. 숙소 체크인 후, 시내 구경을 하러 나왔다. 시엠립 “Pub Street”(가짜 양주들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주의하자)가 참 좋은 이유는 생맥주 한 잔이 500원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세운 규칙이 한 가지 더 있다.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돈과 관련된 문제로 갈등이 종종 생긴다. 그렇다고 매번 지출할 때마다 더치페이를 하긴 복잡하니 정해진 금액($500)을 차례대로 번갈아 가며 인출하여 용돈처럼 쓰는 거다. 감히 돈 따위가 여행의 바이브를 망칠 수 없도록 원천 봉쇄 차원의 조치이다. 나와 데이빗의 여행공동계좌에서 내가 뽑을 차례여서 ATM에서 $500을 뽑았다. 데이빗에게 $250을 줬다.


할 일이 별로 없었던 우리는 대형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던 중, 봄베이 진이 10달러에 판매되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나 행복해진 우리는 토닉워터와 함께 냉큼 구매했다. 이 가게는 사회적기업임이 틀림없다.

오래된 서점에 들러 포스트카드를 사고 있는데 데이빗이 환하게 웃으며 책을 한 권 들고 왔다. 선과 모터사이클 정비술(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이었다. 학부시절 학제 교류 세미나 시간에 지나가는 내용으로 들은 기억이 있었다. 얘 다 읽고 나도 읽어봐야겠다.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먹는데 오토바이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한 번쯤은 오토바이를 타고 원 없이 달려보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태국에서 만난 잔 피에트로 얘기도 그렇고, 이 책이 우리에게 온 것도 그렇고. 운명이었다.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우리는 베트남 남부에서 북부 하노이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어젯밤 마셨던 진토닉을 힘겹게 소화하며 툭툭을 타고 앙코르 와트로 갔다. 아무래도 어제 구매한 봄베이 진은 가짜였던 것 같다. 매표소에서 무려 $37의 거금을 주고 티켓을 샀다. 재밌는건, 내 사진을 찍어서 티켓에 함께 인쇄해 준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책갈피로 사용했다. 약 15분 정도 더 달려서 앙코르와트에 도착했다. 역시 세계적인 관광명소답게 사람이 엄청 많았다. 피마이나 프놈렁에서 봤던 양식과 유사하지만, 규모 면에서 압도적으로 컸다.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변두리에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다자기구에 분담금을 많이 넣는 일본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세계 문화유산을 보존, 전승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게 보였다.


앙코르와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중심 사원 꼭대기로 올라가 전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약 45분을 기다려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사원과 그 너머 자연이 파노라마로 쭉 펼쳐진 장면은 참 인상 깊었다. 앙코르와트를 보고 호수 근처에서 볶음 라면을 먹고 타 프롬(Ta Promh)에 갔다. ‘툼 레이더’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사원은 고목들이 다른 지역보다 특히 많다. 캄보디아 전설에 따르면 신들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고목들이 사원 전체를 뒤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성역 같기도 해 참 그럴싸한 얘기 같았다.


우리가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후세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물질적, 정신적 짐은 남기지 않는 게 최선이 아닐까? 조금만 더 나를 낮추고, 소소한 것에 만족하고, 아주 조금만 더 서로를 위해 줄 수만 있다면. 타 프롬 고목들을 보고 있자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어제의 강행군으로 녹초가 된 우리는 열심히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로 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오전 내내 책을 읽었다. 벤이 새로 나온 스타워즈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근처 영화관에 가보니 마침 시간대가 맞아 3D 안경을 받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2006년 여름, 미국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하기 전 영어공부용으로 빌려봤던 게 스타워즈 시리즈였다. 벌써 11년 전이다. 세월은 광선검 베는 속도보다 약간 더 빠른 것 같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오비완이 최고다.


시엠립 거리를 한적하게 걷다 노상 카페를 발견해 커피를 마시며 오후 내내 여유를 즐겼다. 벤이 갑자기 속이 안 좋다 해서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데이빗이랑 둘이 남아 놀고 있는데 책 파는 아저씨가 오셔서 나와 데이빗은 크메르루주 대학살 관련된 책인, “First They Killed My Father”이랑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샀다. 돌아오는 길엔 수도 프놈펜으로 가는 심야버스 표 3장을 샀다.

티켓.jfif 아주 비싼 $37 티켓
앙코르.jpg 앙코르와트
앙코르2.jpg
타프롬.jfif 타 프롬
타프롬2.jfif
타프롬재생.jpg
타 프롬
영화관.jfif 시엠립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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