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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Mar 25. 2022

생일 2

생일초대를 받다

입학 후 아이가 친구 생일 초대장을 받아온 것이 벌써 두 번째이다. 입학한 지 고작 2달 남짓되었는데 매 달 한 건씩 생긴 것이다.


첫 생일파티는 참석하지 않았었다. 입학식 다음날 아이의 생일이라고 다 같이 컵케이크도 나눠 먹고 사진도 찍었는데, 한 2주가 지나서 또다시 생일파티를 자기 집에서 한다며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무슨 아이 생일을 한 달을 하나 싶고, 그 집에 초대받았다는 것도 너무 부담스러웠다. 사실 호주에서는 집으로 초대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나는 주로 놀이터로 모이는 생일에만 아이를 데리고 간다. 보통 놀이터에서 하는 생일파티는 아이들이 너 나할 것 없이 즐겁게 노는데 집에서 하는 것의 경우에는 꼭 한 두 가지의 사건들이 생겨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생일파티는 안 가기로 했었다.


그러고 나서 이번 달에 또다시 초대장을 가지고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행히 내가 아는 가족이기도 했고, 그 생일 파티를 놀이터에서 한다고 하길래 이번엔 가자고 결심했다. 


생일파티 현장에 도착하니 거의 반 아이들 중 2/3가 온 것 같았다. 부모님들도 모두 참석하여 놀이터가 북적였다. 부모가 페이스 페인팅하는 사람을 초대하여 아이들이 줄을 서서 얼굴에 그림을 그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호주는 재밌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의 생일파티의 경우 콘셉트를 정해 준다는 점에 있다. 이번 생일파티는 공주 그리고 해적 코스튬을 입고 오라는 공지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도착해보니 아이들의 옷들이 모두 화려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나게 놀이터와 공원을 뛰어다니면 놀고,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학교 이야기, 숙제 이야기 혹은 아이들이 따로 배우는 활동들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또한 새로운 부모들과의 모임을 위해 즉석에서 한 엄마가 나서서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어서 모두 가입을 했고, 돌아오는 부활절 공휴일에 시간이 되는 부모들끼리 만나서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사실 호주에서 아이들의 생일파티는 부모들의 파티이기도 하다. 아침 등교를 할 때에는 서로 인사만 하고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가기 바쁘다.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날의 경우에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도 서로 이야기를 하며 정보를 얻기도 하고, 아이들의 친구 부모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도 알 게 된다.


이 날 한 엄마는 다음 달은 자기 차례라며 모두를 다시 초대했다. 매달 생일 파티를 하다가 일 년이 지나갈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니 나 또한 행복했다. 행복은 정말 소소한 일상에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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