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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Apr 10. 2022

한글 연습도 열심히 하자

호주에서 아이가 태어났지만 우리는 늘 집에서 한국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늘 영어를 아직 못 하는 아이를 걱정하곤 했었다. 외국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데 나중에 유치원이라도 보내면 그때는 화장실도 못 가는 건 아닐지, 물도 못 먹는 건 아닐지 걱정에 걱정이 쌓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만 3살이 되어 드디어 유치원으로 입학한 후, 아이는 빛의 속도로 영어가 늘기 시작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많은 말들을 이해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어느 때는 정말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제법 어려운 수준의 단어들도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1학기를 마친 지금, 우리는 아이의 한글과 한국어 때문에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금 한국어 실력은 만 3살 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고 집에서 매일 꾸준히 한국어 연습을 시작했다. 


자음 그리고 모음 차례로 써보고 읽어보고, 한국 책도 읽어주며, 유튜브를 보고 싶어 하는 날에는 웬만하면 한국 영상들로 틀어주려고 했다. 아이도 처음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서서히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이에게 글씨를 10번씩 써놓으라고 말하고 집안일을 잠깐 하게 되었다. 몇 분후 잘 쓰고 있는지 확인을 하였는데 참으로 웃펐다. 아이는 한국어가 그림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글씨라는 인지보다는 그림 그리는 시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순간적으로 아이에게 화를 낼 뻔했다. 왜 이렇게 장난을 해 놓은 거냐며 말이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아이에게 격려를 해주었다. 뭐든 열심히 꾸준히 하다 보면 다 늘겠지. 


엄마의 일상은 나에게 인내심을 길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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