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열살차이 10화

10. 노력

by 이진다

이진다의 두 번째 소설『열살차이』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 소설입니다.

현실의 인물, 사건과 유사하더라도 이는 우연의 일치이며,

일부 인물 및 장소는 서사의 흐름상 가명 또는 허구적 설정을 사용하였습니다.




장기연애 중 당시에 재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여자쪽 부모의 반대가 극심하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자신의 존재가 부정 당하는 일도 처음이었고,

결정사에 제출 하는 것 그 이상으로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내는 것도 인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양쪽에서 서로를 보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보니 재헌도 꽤나 속앓이를 했다.


하염없이 시간이 흐른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더군나나 지안의 부모님이 결정적으로 싫어하는 4가지 부분은 ( 나이, 출신, 종교, 사업)

이미 바꿀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재헌은 오히려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욱 안정적으로 자산을 만들기로 말이다.

서울에서 집을 1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채로 좀 더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이 모든 과정에서 부동산 임장은 지안과 함께 동행하며 숨김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 교회 주일 예배 등 그녀의 시간이 허락한다면 데리고 갔다.




부동산 임장의 경우 지금 생각해보면 재헌은 참 현명하게 선택을 했다고 본다.


당시 재헌은 곧 재건축이 될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이 서류상의 등기부등본이라

지안의 부모는 실체가 없다며 싫어했기 때문에 아에 준신축 아파트를 매매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재건축 관련 내부 이슈가 터지면서 추가 분담금과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재헌은 지안과의 미래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정리를 하고,

평수를 더 크게 늘리는 것이 향후 맞다고 생각했고 재건축 아파트를 매매하며 추가로 더 매매를 했다.


이 과정에서 지안은 지금까지 전혀 다른 부동산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저 안정적으로 월급을 타고 그렇게 성실하게 일을 하면 미래에 '무언가'가 되어 있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지를 알았다.

( 이 일을 계기로 나중에 그녀는 부모에게 더이상 장기임대는 안 된다며 강력하게 자가를 구하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

애초에 조금 더 빠르게 결혼을 결정하고 진행을 했다며 지금 사는 '급지'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잠시나마 있었다.

본인이 조금 더 현명하게 방향성을 잡고 어차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만날 남자가 이 남자라면

더욱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면 하는 그 아쉬움 말이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언젠가 '인정'을 받기 위한 여정이었지만 둘은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저 인정을 못 받았다며 슬프다고 울상만 지을 수는 없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러니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부모님의 최종적인 허락"을 빼고는 모든 것이 준비 되었을 때

더더욱 지안은 망설일게 없었는지도 모른다.




"종교"에 대해서도 말을 하자면.

지안의 부모님은 교회에 대해서도 상당한 반감이 심했다.

처음부터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있는 사람 아니냐고 단정을 지었으니까 말이다.

설령 사이비 종교가 아니어도 기독교는 질색이었다.

지안의 부모님 입장에서 볼 때 기독교는 그저 허상이었다.

십일조부터 시작해 이해 못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니까.

또한 기독교만큼 종교 갈등이 심각한 종교가 없어보였고,

결혼을 해서도 무조건 기독교식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불쾌했다.


그러므로 이 또한 재헌은 자신이 소속된 곳이 대한예수교 장로회이며 사이비가 아님을 또 증명해야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어린 지안에게 자신의 신앙 생활이 어떤지를 이야기를 하고,

이 과정에서 교회에서 같이 예배 드리는 목장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소개하고,

종교에 대한 강요는 일절 없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교회를 다니라고 해서 다닐 지안도 아니었고,

무조건 다닌다고 해서 신앙심이 생길리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행동거지가 올바르고 그에 따라 지안이 무언가 감동이 전해진다면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 지안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생활에 스며들 것이라 여겼다.


반대로 지안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 신앙에 대해 일절 터치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일부러 예배를 빠지고 나와 데이트를 더 하라는 식의 시비를 건다던지

이런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시 자신도 기독교에 대해선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과 일부 정신 나간 사이비 종교가 판을 치는 것을 보고

기독교에 대한 반감과 혐오가 심한 편이었으나 오히려 재헌의 성실한 신앙 생활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물론 딸의 이러한 변화와 종종 남자친구를 따라 교회를 가는 것을 보고,

지안의 어머니는 당시 대성통곡을 하며 더욱 재헌을 미워했지만 말이다.




재헌의 주변인들은 당시에 그 만나는 여자친구가 무슨 회장님 딸이냐고 했다.

무슨 이렇게까지 해서 만남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이차이를 감안해도 '정도'라는 것이 있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여자가 마지막에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건 이것대로 친구지만 같은 남자로써 불쌍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들어보니 엄청나게 대단한 집안도 아닌 것 같고,

'외모'나 '나이차이'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헌의 생각은 달랐던 것이 일단 지안의 성격 자체가 자신과 너무 잘 맞았다.

지안이 자신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이고, 자신을 볼 때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녀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상호 배려 존중 하는 자세가 있었다.


심플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시비걸기"가 없었다.


이것을 좀 더 풀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쓸데없이 감정 소모를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당시에 30대 중반의 재헌도 여자를 안 만나 본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몇 번의 만남과 교제도 있었고, 소개팅이나 주선 자리도 정말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다양하게 만났지만

한 단어로 형용하자면 "피곤했다".


반대로 전혀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시비를 건다거나

의미없는 감정 소모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것이 전혀 없었던 지안은 또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생활이

20대 중반부터였기 때문에 재헌이 어디를 데리고 가든 진심으로 즐거워했고 눈이 반짝였으며,

그녀의 리액션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고 그러한 시간이 쌓이고 쌓일수록 재헌은 도저히 헤어지고 나서

다음 연애가 자신이 없었다.


물론 이러한 속내를 친구들한테 잠깐 이야기를 해도 친구들은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그래서 그쪽 부모한테 그런 식으로 수모를 당해도 여자가 좋다고 있냐며 볼멘소리를 냈지만 말이다.



지안의 어머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재헌은 놀라 슬피 우는 지안을 안심시키며 황급히 그녀의 회사 업무가 끝나는대로

시간을 맞추어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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